북한의 고체연료 ICBM과 SLBM 시험발사가 노골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둔화 조짐을 보인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데이터는 2023년 한국의 군비 지출이 약 479억 달러에 달했음을 보여주지만, 이는 동북아 군비 경쟁의 격화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전력 증강 사업이 생존하여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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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국방 중기 계획, ‘선택과 집중’의 압박
경기 둔화와 재정 건전성 악화는 국방예산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한다.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국방중기계획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부 사업의 지연 혹은 취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전력 증강의 우선순위는 ‘대체 불가능성’과 ‘위협의 시급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직접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자산들은 예산 삭감의 칼날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전망이다.
킬 체인(Kill Chain)의 눈, 군사정찰위성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와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위협은 선제타격의 전제조건인 ‘탐지’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이다. 현재 한미 연합 정보자산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대북 감시체계는 독자적 정보 자산 확보 없이는 완전한 작전 수행을 보장할 수 없다. 군사정찰위성, 특히 고해상도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 EO/IR 위성과 SAR 위성의 조기 전력화는 킬 체인의 눈을 확보하는 첫 단추이자,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위성 자산의 부재는 3축 체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 사업은 어떠한 정치적·경제적 논리에도 불구하고 최우선 순위를 유지할 것이다. 적의 도발 징후를 24시간 감시하고 식별하는 능력은 그 어떤 타격 수단보다 근원적인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한국형 아이언돔, L-SAM의 전략적 가치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한국형 아이언돔’과 더불어, 다층 방어체계의 핵심인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은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의 성패를 좌우한다. 고도 40~70km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직접 요격하는 L-SAM은 종말 단계 하층 방어를 담당하는 PAC-3, 천궁-II와 상호보완적 역할을 수행한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4’ 보고서는 북한이 최소 수백 기의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분석한다. 동시다발적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L-SAM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사업이므로, 예산 삭감 논의에서 가장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공세적 억제력의 핵심, 타격 자산의 고도화
효과적인 방어는 강력한 응징 능력에 대한 적의 공포에서 시작된다. 탐지하고 방어하는 것을 넘어, 위협의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공세적 타격 능력의 확보는 억제 전략의 필수 요소이다.
특히 스텔스 기술과 압도적인 파괴력을 갖춘 타격 자산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결정적 전력’이다. 이러한 자산들은 단순한 무기체계를 넘어, 적의 전략적 계산 자체를 바꾸는 지정학적 레버리지로 기능한다.
F-35A 스텔스 전투기 추가 도입과 KF-21
적의 방공망을 은밀히 침투해 핵·미사일 기지 등 핵심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능력은 F-35A 스텔스 전투기의 독점적 역할이다. 이미 도입된 40대 외에 추가 도입이 논의되는 20대는 북한의 조밀한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전쟁 초기 제공권을 장악하는 핵심 카드이다. 동시에, KF-21 보라매의 성공적인 개발과 양산은 한국 공군의 양적 기반을 유지하고 노후 기종을 대체하는 필수 과정이다. F-35A가 적의 심장부를 찌르는 ‘창’이라면, KF-21은 영공을 방어하고 압도적 화력을 투사하는 ‘방패이자 망치’ 역할을 수행하며, 두 사업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현무-5, 괴물 미사일의 지정학적 무게
대량응징보복(KMPR) 개념의 완성을 위해선 적 지도부가 지하 벙커에서도 공포를 느낄 만한 압도적 파괴력을 갖춘 재래식 타격 수단이 필요하다. 탄두 중량 8~9톤, 세계 최대 수준의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현무-5’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바로 그 해답이다. 현무-5의 존재 자체는 북한에게 ‘핵 사용 시 공멸’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적 비대칭 자산이다. 국방부는 이 미사일의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하지 않으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억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이 사업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확실한 억제력 강화 수단으로 평가된다.
결론: 동북아 세력 균형의 새로운 변수
언급된 5대 전력 증강 사업은 단순히 대북 억제력을 넘어,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초석이다. 군사정찰위성과 스텔스 전투기는 정보 감시와 타격 능력에서 주변 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 L-SAM과 현무-5 미사일은 독자적인 방어 및 응징 능력을 통해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실질적 자산이 된다. 예산의 압박 속에서 이들 핵심 전력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향후 수십 년간 한반도와 동북아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을 규정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KF-21 블록-I과 F-35A 추가 도입이 중복 투자 아닌가?
두 사업은 상호보완적이다. F-35A는 적 방공망을 뚫고 핵심 표적을 타격하는 ‘선봉’ 역할을 수행하는 5세대 스텔스기이고, KF-21은 강력한 무장 탑재 능력으로 제공권 장악과 지상군 지원 임무를 맡는 4.5세대 전투기이다.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 전략에 따라 두 기종을 함께 운용하는 것이 공군력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방안이다.
L-SAM이 북한의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가?
현재 개발된 L-SAM은 탄도미사일 요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활공 단계에서 불규칙한 기동을 하는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의 완벽한 요격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다만, L-SAM 블록-II에서는 활공 단계 요격 능력을 포함한 개량이 진행될 예정이며, 이는 향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합동화력함’이 기존 이지스함 대비 갖는 차별적 우위는 무엇인가?
합동화력함은 ‘바다의 미사일 기지’ 개념이다. 이지스함이 함대 방공과 탄도탄 탐지·추적에 강점을 가진다면, 합동화력함은 수직발사대(VLS) 수량을 극대화하여 현무 계열의 탄도·순항미사일을 대량 탑재, 지상 핵심 표적에 대한 대규모 화력 투사에 특화된다. 이는 지상 발사대의 생존성 한계를 보완하는 중요한 공세적 타격 자산이다.
현무-5의 구체적인 제원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전략적 모호성’을 통한 억제력 극대화 전략이다. 정확한 사거리, 탄두 위력, 정밀도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적이 방어 및 대응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게 만든다. 미지의 공포가 때로는 알려진 위협보다 더 강력한 억제 수단으로 작용하며, 국제 사회의 불필요한 견제를 피하려는 외교적 고려도 포함된다.
군사정찰위성 확보가 지연될 경우, 대북 감시 공백은 어떻게 메우는가?
단기적으로는 한미 정보 동맹에 따른 미군 정찰자산 정보 공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 글로벌호크와 국내 개발 중인 중고도 무인기(MUAV) 등을 활용해 감시 공백을 최소화하려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으며, 24시간 상시 감시가 가능한 독자 위성 자산 확보의 시급성만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