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군비 지출이 2조 4천억 달러를 돌파하며 냉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드러난 155mm 포탄의 극심한 소모율은 서방 군사 강국의 생산 역량 한계를 노출하며, 기존 방산주 밸류에이션의 근본적인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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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재래식 무기의 재조명
우크라이나 전쟁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나 이지스함이 아닌, 155mm 포탄과 드론의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정밀 타격 위주의 현대전 교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쟁 수행의 핵심이 전투지속능력으로 회귀했음을 의미한다.
‘소모전’의 귀환: 하이테크 신화의 붕괴
지난 20년간 서방 세계는 ‘저강도 분쟁’과 대테러전에 집중하며 대규모 재래식 전쟁 수행 능력을 간과했다. 네트워크 중심전(NCW)과 효과 기반 작전(EBO) 같은 교리는 막대한 물량의 재래식 화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함이 증명되었다. 우크라이나는 하루 최대 1만 발의 포탄을 소모하며 서방의 연간 생산량을 수 주 만에 소진시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등 하이테크 플랫폼 중심의 방산 기업 밸류에이션이 실제 전쟁 수행 능력과 괴리되어 있음을 명백히 드러낸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4’ 보고서는 NATO 핵심 회원국의 포탄 비축량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하며, 생산 라인 복원에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하였다.
포탄 생산 능력, 국가 안보의 새로운 바로미터

이제 한 국가의 국방력은 첨단 무기 플랫폼의 보유 수량이 아닌, 유사시 월간 포탄 생산량(Monthly Production Rate)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국방혁신 4.0을 통해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을 강조하지만, 그 근간에는 재래식 탄약의 안정적인 대량 생산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시 경제로 전환하여 월 20만 발 이상의 포탄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쟁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결국 방산의 진정한 가치는 단기 수주 실적이 아니라, 국가 총력전 상황에서 군수 생산 생태계를 얼마나 신속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가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방산주 밸류에이션의 허와 실
폴란드 수출 잭팟으로 K-방산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는 전쟁 특수에 기인한 단기적 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진정한 기업 가치는 생산 능력의 지속성과 기술적 헤게모니 장악 여부에 달려있다. 밸류체인 통합 능력이야말로 향후 방산 시장의 승자를 가를 핵심이다.
단기 수주 실적에 가려진 ‘지속가능성’의 함정
수십 조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은 분명 괄목할 성과이지만, 이는 대부분 완제품 플랫폼 판매에 집중되어 있다. 포탄, 부품, 후속 군수지원 등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소모품’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보가 뒤따르지 않으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격이 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무기 이전 데이터베이스는 최근 5년간 완제품 수출액은 급증했으나, 기술 이전 및 부품 공급 계약 비중은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시장에서 기존 서방의 군산복합체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지표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세력 균형의 재편
이번 전쟁은 NATO의 집단방위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도에 균열을 가져왔다. 미국의 군수 지원 없이는 유럽 단독으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설 수 없다는 현실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각국의 국방비 증액과 방위 산업 육성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촉발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세력 균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결국 안정적인 무기 생산 능력을 갖춘 국가가 동맹 내에서 더 큰 발언권을 갖게 되는 새로운 ‘군사적 다극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K-방산의 포탄 수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가?
단기적으로는 서방의 생산 공백을 메우며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장기적 지속가능성은 미국과 유럽의 생산 라인이 정상화되는 시점, 그리고 기술 통제 및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독자적인 원자재 확보 및 핵심 부품 국산화가 관건이다.
드론전의 부상에도 재래식 포병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드론은 정찰과 정밀 타격에 유용하지만, 광범위한 지역을 제압하고 적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화력 밀도’는 여전히 포병의 역할이다. 드론은 포병의 눈과 창이 되어주지만, 포병의 파괴력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이다.
미국의 ‘전시 비축 물자(WRSA)’ 고갈이 동맹국에 미치는 영향은?
WRSA(War Reserve Stocks for Allies)는 동맹국에 비축된 미군 자산으로, 유사시 즉각 제공된다. 이 재고의 고갈은 동맹국의 초기 대응 능력 약화를 의미하며, 자체적인 비축 물자 확보와 방위 산업 역량 강화를 강제하는 직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방산 기업의 R&D 투자는 어느 분야에 집중되어야 하는가?
기존 플랫폼의 성능 개량과 더불어,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3D 프린팅 등 혁신 공정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값비싼 소수의 첨단 무기보다, 저렴하고 신뢰도 높은 무기를 대량 생산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유럽의 재무장 선언이 실제 국방력 증강으로 이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치적 선언과 실제 전력화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국방 예산을 증액하더라도 생산 라인 구축, 인력 양성, 실전 배치까지는 최소 5~10년이 소요된다. 이 공백 기간이 바로 제3국 방산 기업에게는 기회의 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