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와 저피탐 순항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한반도의 미사일 방어망에 치명적 공백이 드러났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동아시아 군비 경쟁이 향후 5년간 미사일 방어 체계, 특히 조기 경보 자산 확보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하며, 이는 탐지 후 대응까지의 ‘골든타임’이 분 단위에서 초 단위로 줄어들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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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지대 전술과 비대칭 위협의 고도화
현대전은 전면전보다 저강도 분쟁과 회색지대(Gray Zone)에서의 압박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환경에서 적의 도발을 억제하고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특히 북한이 개발 중인 KN-23, KN-24와 같은 변칙 기동 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HGV)는 기존의 탄도탄 예측 궤도를 무력화한다. 이는 방어 시스템의 핵심인 ‘탐지-추적-요격’ 메커니즘 자체를 근본부터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다.
전통적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신종 위협체계
기존의 패트리엇(PAC-3)이나 천궁-II와 같은 중고도 방어 시스템은 예측 가능한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탄도미사일 요격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저고도에서 수평 활공하며 예측 불가능한 회피 기동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지상 기반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에 포착되었을 때는 이미 물리적 요격 가능 시간을 대부분 상실한 상태가 된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발표한 2022 국방백서 역시 이러한 신종 위협에 대한 탐지 자산 확충의 시급성을 명시하며, 다층 방어망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더 멀리, 더 빨리 위협을 식별하는 장거리 조기 경보 레이더의 확보가 킬 체인(Kill Chain)의 첫 단추를 꿰는 유일한 해법이다.
차세대 조기 경보 레이더 시장의 기술 패권 경쟁

비대칭 위협의 증가는 곧바로 조기 경보 레이더 시장의 급격한 팽창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탐지 거리를 늘리는 것을 넘어, 다중 위협 동시 추적 능력과 저피탐 물체 식별 능력이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현재 시장은 미국의 레이시온(Raytheon)과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이스라엘의 엘타(Elta) 등이 주도하며 질화갈륨(GaN) 소자를 이용한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 기술에 막대한 R&D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UHF/VHF 대역과 X-밴드 레이더의 전술적 조합
장거리 탐지에는 파장이 긴 UHF/VHF 대역 레이더가 유리하지만, 정확한 추적과 식별에는 파장이 짧은 X-밴드 레이더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최신 방공 교리는 두 시스템의 상호보완적 운용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UHF)가 1차 탐지를 수행하면, 사드(THAAD)나 이지스함의 AN/SPY-1D(V) 레이더(S-밴드), 그리고 L-SAM용 다기능 레이더(X-밴드)가 정밀 추적 및 요격 유도를 담당하는 식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3’ 보고서는 이러한 이중 대역 레이더 네트워크를 구축한 국가가 미래 전장에서 압도적인 정보 우위를 점할 것으로 평가한다. 이는 단순한 무기 도입을 넘어,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하고 지휘 결심을 지원하는 전투지휘체계(C4I)의 고도화를 요구한다.
동아시아 세력 균형의 재편과 레이더의 역할
조기 경보 레이더 자산의 확충은 단순히 방어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상대방의 미사일 기지와 이동식 발사대(TEL)를 상시 감시함으로써 선제타격 능력의 신뢰도를 높이는 공격적 의미를 내포한다.
한국의 L-SAM 레이더, 일본의 J/FPS-7 도입, 대만의 장거리 조기경보레이더(EWR) 운용은 모두 중국의 DF 시리즈 미사일에 대한 견제 수단이다.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배치되는 고성능 레이더의 증가는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을 심화시키고, 각국의 군사적 행동 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향후 이 지역의 세력 균형은 미사일 보유 수량이 아닌, ‘누가 먼저 보고, 먼저 결심하는가’에 따라 재편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기 경보 위성과 지상 레이더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A: 조기 경보 위성은 미사일 발사 시 발생하는 화염과 열을 적외선 센서로 최초 감지하여 1차 경보를 발령한다. 이후 지상 레이더가 해당 좌표를 바탕으로 미사일의 상승 궤적을 포착하고 정밀 추적을 시작하는 단계적 협력 체계로 운용된다.
Q: 질화갈륨(GaN) 반도체 소자가 차세대 레이더의 핵심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기존 실리콘(Si)이나 갈륨비소(GaAs) 소자 대비 질화갈륨(GaN) 소자는 더 높은 전압과 온도에서 작동하며, 전력 효율이 월등하다. 이는 레이더의 출력을 극대화하여 탐지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동시에 장비의 크기와 전력 소모는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Q: 사드(THAAD) 레이더와 그린파인 레이더의 전술적 운용 차이는 무엇인가?
A: 그린파인 레이더는 UHF 대역을 사용하여 더 넓은 영역을 조기에 탐지하는 ‘조기 경보’ 임무에 특화되어 있다. 반면 사드 레이더는 X-밴드를 사용하여 좁은 영역을 집중적으로 탐색하며, 요격미사일을 정밀 유도하는 ‘화력 통제’ 역할에 중점을 둔다.
Q: 전자전(Electronic Warfare) 공격에 대한 최신 레이더의 방어 능력은 어느 수준인가?
A: 최신 AESA 레이더는 주파수 도약(Frequency Hopping) 기술과 다중 빔 형성 능력을 통해 재밍(Jamming) 공격에 대한 저항성을 크게 높였다. 특정 주파수가 교란되더라도 즉시 다른 주파수로 전환하거나, 교란 전파의 방향을 피해 빔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Q: 레이더 탐지 정보를 기반으로 한 선제타격 결정은 어떤 프로세스로 이루어지는가?
A: 탐지 정보는 중앙방공통제소(MCRC)로 즉시 전송되어 위성, 감청 등 다른 정보 자산과 융합 분석된다. 발사 원점, 예상 탄착 지점, 위협 등급이 식별되면 합참의장의 승인 하에 킬 체인의 타격 자산(F-35, 현무 미사일 등)에 공격 명령이 하달되는 복잡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