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군비 경쟁, 임계점 넘은 해군력 증강 예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군비 지출이 냉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다. 특히 중국의 해군력 팽창은 지난 5년간 신규 함정 톤수만으로 프랑스 해군 전체를 압도하는 수준이며, 이는 역내 국가들의 연쇄적인 해군 예산 증액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군비 경쟁을 넘어, 해상교통로(SLOC)를 둘러싼 세력 균형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군비 경쟁 가속화와 해군력 증강 예산

남중국해, ‘회색지대’ 넘어 실질적 무력 충돌의 서막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 해경과 필리핀 선박의 충돌은 더 이상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이는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의도된 무력시위로 분석된다. 과거의 ‘회색지대 전술’이 이제는 직접적인 화력 투사 가능성을 내포한 공세적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중국의 ‘해상 만리장성’과 A2/AD 전략의 고도화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DF-21D, DF-26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남중국해 인공섬에 전진 배치하며 미 해군 항모강습단의 작전 반경을 제1도련선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미사일 배치를 넘어, 정찰위성-초수평선레이더-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무인기가 연동된 정교한 ‘킬 체인(Kill Chain)’을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4’ 보고서는 중국 해군이 이미 함정 수에서 미 해군을 추월했다고 명시하며, 양적 우위가 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경고한다. 중국의 전략은 유사시 미군의 증원 전력 접근 자체를 차단하고, 분쟁 지역을 고립시켜 각개 격파하는 것을 핵심 교리로 삼는다.

인도-태평양 주요국의 ‘맞불 증강’과 전략적 딜레마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군비 경쟁 가속화와 해군력 증강 예산 2

중국의 공세적인 해양력 팽창은 일본, 호주, 대한민국 등 역내 주요 동맹국들의 국방예산 편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해상교통로 보호와 생존을 위해 경쟁적으로 해군력 증강에 나서고 있으나, 이는 동시에 지역 전체의 군사적 긴장을 심화시키는 딜레마를 낳는다.

‘경항모’에서 ‘이지스함’까지: 생존을 위한 필사적 선택

일본은 이즈모급 헬기항모를 F-35B 탑재가 가능한 경항모로 개조하며 전후 70년간 유지해온 ‘전수방위’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였다. 대한민국 역시 KDDX 차세대 구축함과 이지스함 추가 건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3,000톤급 잠수함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군비 지출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으며, 이는 세계 평균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치이다. 이러한 흐름은 각국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핵심 해상로를 독자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잠수함 전력, 태평양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

수상함 전력의 양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통한 호주의 핵추진잠수함(SSN) 확보 계획은 태평양의 수중 작전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변수이다. 핵추진잠수함은 이론상 무한대에 가까운 잠항 능력과 월등한 기동성을 바탕으로 적의 해상 보급로를 차단하고, 전략적 거점을 은밀하게 타격하는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이는 중국 해군의 대잠전(ASW) 능력에 심각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며, 태평양에서의 세력 균형추를 재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력 균형의 재편과 동아시아의 미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해군력 증강 경쟁은 더 이상 특정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의 일부이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견제,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각자의 생존을 모색하는 역내 국가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군사적 긴장의 파고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향후 이 지역의 안정은 각국이 구축하는 해군력의 규모와 질뿐만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전략적 교리와 동맹 네트워크의 견고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한 번 시작된 군비 경쟁의 관성은 쉽게 멈추지 않으며, 이는 동아시아의 미래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안보 환경에 놓이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자주 묻는 질문

미-중 해군 간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통제 불가능한 확전 리스크로 인해 현재로서는 낮다. 하지만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의 국지적이고 제한적인 충돌, 즉 저강도 분쟁의 발생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오판이나 우발적 사고가 충돌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DF-21D의 실질적 위협 수준은?

실전에서 검증된 바는 없으나, 그 존재 자체만으로 미 항모강습단의 작전 개념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 해군은 DF-21D의 최대 사거리 밖에서 작전을 펼쳐야 하므로, 함재기의 작전 반경이 제한되고 전반적인 화력 투사 능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 증강은 역내 위협에 충분히 대응 가능한가?

현재 한국 해군의 전력 증강은 북한의 위협 억제에 최우선 목표를 두면서도, 점차 주변 강대국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과 차기 잠수함 전력은 상당한 억제력을 제공하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양적 팽창 속도를 고려할 때 독자적 대응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오커스(AUKUS)의 호주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미국의 최첨단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동맹국에 이전하는 최초의 사례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수중에서 봉쇄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호주 해군은 남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광대한 해역에서 장기간 은밀한 감시 및 타격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게 되어, 역내 수중 패권 경쟁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한다.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가 해상 균형에 미칠 영향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도입과 이즈모급 항모의 F-35B 운용은 일본이 공격받았을 때 적의 미사일 기지 등 원점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수세적 방어에서 공세적 억제로 전환됨을 뜻하며, 동아시아의 군사적 계산법을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드는 중대한 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