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90% 이상을 특정국에 의존하는 현실 속에서 자원 무기화는 대한민국의 국방력 유지에 직접적 위협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군사적 충돌의 전초전 양상을 띠면서, 해외 자원 확보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격상되었다.
![]()
자원, 21세기 새로운 총성 없는 전쟁터
자원 민족주의는 더 이상 경제학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적대국의 국방 산업 기반을 와해시키기 위한 고도의 회색지대(Grey-zone) 전략이며, 군사적 충돌 이전에 상대의 전쟁 지속 능력을 꺾는 비대칭 전술의 핵심이다.
핵심 광물 공급망을 통제하는 국가는 물리적 타격 없이도 경쟁국의 최첨단 무기체계 생산라인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막강한 레버리지를 확보한다. 이는 전장의 개념이 산업 및 기술 인프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K-방산의 치명적 약점: 공급망 종속성
최근 폴란드, 중동 등지로의 대규모 무기 수출을 통해 K-방산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그 이면에는 치명적인 구조적 취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특정 국가에 편중된 핵심 광물 공급망이다. 이는 유사시 대한민국 국방력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잠재적 위협이다.
핵심 광물 부재가 초래하는 전력 공백

전투기의 AESA 레이더 모듈, 정밀 유도미사일의 탐색기, 잠수함의 고성능 배터리 등은 리튬, 코발트, 희토류 없이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이들 자원의 공급이 2-3개월만 중단되어도 전력화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며, 이는 곧장 전투준비태세의 약화로 이어진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보고서는 현대전이 소모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방위산업의 복원력(Industrial Resilience)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된다고 분석한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높아도, 그 원료가 되는 광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군사적 충돌의 연계
자원 보유국들은 외교적 압박이나 영토 분쟁 시 자원 수출 통제를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로 활용한다. 특히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중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 자원의 수출을 즉각 무기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단순한 경제 보복을 넘어, 한국과 미국 등 잠재적 적대국의 군사적 개입 능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발행하는 국방백서 역시 안정적인 군수 지원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원자재 단계의 리스크까지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종합상사,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서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해외 광산 지분을 보유한 종합상사의 역할은 재조명받아야 한다. 이들은 단순한 이윤 추구 기업을 넘어, 국가의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을 확보하는 첨병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활동은 보이지 않는 전선에서 대한민국의 전쟁 지속 능력을 담보하는 핵심 활동이다.
지분 확보, 단순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거점’ 구축
종합상사가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산이나 칠레의 리튬 광산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다. 이는 해당 자원에 대한 물리적 접근권과 안정적 공급 라인을 확보하는 ‘전략적 거점’을 구축하는 군사적 의미를 지닌다. 유사시 해당 지분을 통해 확보된 물량은 국방물자로 우선 전환될 수 있으며, 이는 국가 전체의 방위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이는 원유 비축과 같이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전통적 안보 개념을 민간 영역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지정학적 균형추의 이동과 대한민국의 선택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기술력과 자원 통제력으로 재편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군비 지출 보고서 역시 단순 국방 예산 규모를 넘어, 국방 기술 기반의 질적 우위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의 안정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동북아의 핵심 플레이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방산기업과 종합상사, 그리고 정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을 구축하는 총력전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해외 자원 확보는 미래 전장에서 K-방산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자원 공급이 중단되면 실제 K-2 전차나 FA-50 생산 라인이 멈출 수 있는가?
단기적으로는 비축 물량으로 대응 가능하지만, 공급 중단이 3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특수 합금강, 반도체, 전자부품 등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해 생산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거나 라인이 멈출 수 있다. 이는 전력화 지연 및 수출 계약 불이행으로 이어진다.
Q2: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할 경우, 미국 주도의 대체 공급망은 얼마나 효과적인가?
미국, 호주 등이 주도하는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은 유망한 대안이지만, 채굴부터 정련, 가공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공급망을 구축하기까지는 최소 5~1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단기적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Q3: 종합상사의 해외 광산 지분 확보가 현지 정치/군사적 분쟁에 휘말릴 위험은 없는가?
분명 존재한다. 특히 아프리카, 남미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의 광산은 내전이나 정권 교체 시 자산이 몰수되거나 운영이 중단될 리스크가 상존한다. 따라서 단순 지분 투자 외에 현지 정부와의 외교적, 군사적 협력 채널 구축이 필수적이다.
Q4: 국가가 직접 자원을 비축하는 것과 민간 기업의 지분 확보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 전략인가?
두 전략은 상호보완적이다. 국가 비축은 단기적 충격에 대응하는 ‘최후의 보루’이며, 민간 기업의 지분 확보는 장기적이고 유연한 공급망을 확보하는 ‘사전 방어’ 개념이다. 비용 효율성과 시장 변동 대응력 측면에서는 민간 주도의 지분 확보가 더 우수하다.
Q5: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이 향후 동북아 자원 패권에 미칠 잠재적 영향은 무엇인가?
북한에는 마그네사이트와 희토류 등 막대한 양의 핵심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만약 북한이 중국 등 특정 국가에 개발권을 독점적으로 넘길 경우, 동북아 자원 지도는 급격히 재편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정세의 중대한 변수이자 안보 위협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