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이 90발에 육박할 것이라는 SIPRI(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되면서, 워싱턴 선언 이후에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는 확장억제의 신뢰성 문제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군사적 균형을 뒤흔드는 전략적 변곡점을 예고한다. 기존의 방어적 개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안보적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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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억제의 한계, 공포의 균형은 깨졌나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고전적 딜레마는 이제 단순한 수사를 넘어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과 전술핵의 유혹
한미 양국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 확장억제 강화를 천명했으나, 이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선언의 성격이 짙다. 물리적 실체 없이 정보 공유와 공동 기획만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팽배하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 공유(Nuclear Sharing) 모델처럼 미군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직접 배치해야만 실질적인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북한이 KN-23, KN-24 등 회피 기동이 가능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다종화하는 현실은,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보고서가 지적하듯, 방어망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공세적 대응 수단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핵 투발 수단, 창과 방패의 새로운 전장

핵탄두 그 자체는 정치적 상징일 뿐,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은 정교하고 생존성 높은 핵 투발 수단(Nuclear Delivery System) 확보에 달려있다. 전술핵 배치 논의는 곧 어떤 플랫폼을 통해 핵을 운용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며, 이는 국내외 방산 기업들의 명운을 가를 중대 변수이다.
SLBM vs 공중발사 플랫폼: 생존성과 은밀성의 대결
핵 투발 수단은 크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전투기를 이용한 공중 투하 방식으로 나뉜다. SLBM은 극강의 은밀성을 바탕으로 적의 선제타격에서 살아남아 보복 공격을 가하는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의 핵심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에 참여한 ‘도산안창호함’급 잠수함이 SLBM 발사관을 갖춘 것은 이러한 전략적 포석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반면, F-35A 스텔스 전투기에 B61-12 개량형 전술핵폭탄을 탑재하는 방식은 신속성과 정확성에서 우위를 점한다.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F-35A는 적의 방공망을 뚫고 핵심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참수작전’ 교리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핵 운용 능력이 부여될 경우 그 전략적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전술핵 운용 교리와 KAMD의 연계성 분석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된다면, 이는 단순히 무기 하나가 추가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군사 교리 전체를 뒤바꾸는 사건이 된다. 기존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핵 보복 능력을 갖추게 되면, KAMD는 적의 핵 공격을 최소화하며 우리의 핵 투발 자산을 보존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이는 LIG넥스원의 ‘천궁-II’나 현대로템의 무인체계 등 방어자산과 한화의 미사일 등 공격자산 간의 유기적 연동을 요구하는 고차원적 과제이다. 전술핵 운용은 단순한 화력 투사를 넘어, 적의 핵 사용 문턱을 높이는 심리적 억제 효과와 직결되므로, 방어와 공격의 개념을 통합하는 새로운 작전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
지정학적 파장과 동북아 세력 균형의 재편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단순히 남북 간의 문제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전략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즉각적인 군사적 반발을 초래하고, 일본의 핵무장 논의에 불을 붙이는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NPT 체제의 균열과 핵 도미노 현상
대한민국이 사실상의 핵 공유 상태에 돌입할 경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NPT 체제의 모범생으로 불리던 한국의 정책 전환은 다른 비핵보유국들에게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특히,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백서에서도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주변 강국들의 군비 경쟁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될 전망이다. SIPRI가 집계한 2023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2조 4,43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현실은, 한반도의 선택이 동북아를 넘어 전 지구적 ‘신냉전’ 구도를 가속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주 묻는 질문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의 핵 위협을 즉시 억제할 수 있는가?
물리적 배치는 북한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어 단기적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 등 더 큰 도발을 유발하는 명분이 될 수 있어 ‘공포의 균형’만 고조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F-35A에 B61-12 전술핵폭탄을 탑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기술적으로는 이미 검증된 사안이다. 미 공군은 F-35A를 B61-12 전술핵폭탄의 공식적인 운용 플랫폼으로 인증하였다. 한국 공군이 도입한 F-35A도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일부 개량을 거치면 핵무장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
전술핵 배치 시 관리 및 통제권은 누가 갖게 되는가?
NATO 핵 공유 방식에 따를 경우, 전술핵의 소유와 관리, 최종 발사 결정권은 전적으로 미국이 갖는다. 한국은 보관 시설을 제공하고 투발 수단(전투기 등)을 운용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이는 ‘핵 사용의 공동 결정’과는 다른 개념이다.
국내 관련 방산기업의 실질적 수혜는 어느 정도인가?
직접적인 핵무기 개발이 아니므로 수혜는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핵 투발 수단인 SLBM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사일 방어체계를 고도화해야 하는 LIG넥스원, 관련 플랫폼을 생산하는 KAI 등이 간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반발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가?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당시를 능가하는 경제 보복과 함께, 동해 및 서해에서의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중거리 핵전력(INF)의 아시아 지역 배치나 극초음속 미사일 전진 배치 등 군사적 맞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