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비대칭 위협에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안보 불안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2년 기준 GDP의 7.4%를 국방비에 지출하며 세계 5위의 군사비 지출국에 올랐으나, 실질적 위협 억제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절박함이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한국을 국방 혁신의 ‘롤모델’로 선택하게 한 핵심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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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만 안보 지형의 균열과 K-방산의 기회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과 중동 개입 축소 기조는 걸프 지역의 전통적인 안보 우산에 심각한 균열을 야기했다. 사우디와 UAE는 더 이상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이는 자주국방 역량 확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이어졌고, 한국의 방위산업이 그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후티의 드론/미사일 위협과 패트리엇의 한계
사우디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후티의 자폭 드론과 순항미사일이다. 고고도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미국의 패트리엇(PAC-3) 시스템은 이러한 ‘저가치 표적’에 대응하기엔 비용효율성이 극도로 낮고, 탐지 및 요격에도 허점을 보였다. IISS(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3’ 보고서는 걸프 지역의 통합 방공망이 비정규적 위협에 취약함을 지적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층 방어 개념을 구현한 한국의 천궁-II(M-SAM)가 주목받는다. 단일 플랫폼으로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표적에 동시 대응이 가능하고, ‘히트 투 킬(Hit-to-Kill)’ 방식으로 요격 성공률을 극대화한 천궁-II는 사우디 방공망의 치명적 공백을 메울 최적의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가성비’를 넘어선 ‘가치’의 이전

한국 방산 협력의 본질은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니다. UAE가 천궁-II에 이어 K2 흑표 전차, FA-50 경공격기 등 다양한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한국의 ‘압축 성장형 국방 R&D 모델’ 자체를 벤치마킹하려는 의도이다. 사우디의 ‘비전 2030’과 UAE의 ‘메이크 잇 인 디 에미리트(Make it in the Emirates)’ 전략은 석유 의존 경제 탈피와 제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완제품 수출과 함께 기술 이전, 현지 생산, 공동 개발, 운용 노하우 전수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안하며 이들의 전략적 수요에 정확히 부응한다.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선 전략적 동맹의 서막
사우디와 UAE에 대한 대규모 방산 수출은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선다. 이는 한국의 외교안보적 영향력이 중동 지역으로 확장되는 지정학적 변곡점을 의미한다. 이들 국가는 한국산 무기체계를 도입함으로써 군수 지원 및 후속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한국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양국 국방 교리의 상호 작용 가능성
협력의 심화는 무기체계를 넘어 전술 교리의 교류로 이어질 잠재력을 품고 있다. 가령, 북한의 장사정포와 드론 위협에 대응하며 발전시킨 한국군의 복합화력 운용 교리와 분산된 방공자산의 유기적 통합 능력은 후티의 비대칭 위협에 시달리는 사우디군에게 중요한 전술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강조하는 첨단 과학기술군 육성 비전은 중동 국가들이 추구하는 군 현대화의 청사진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향후 연합훈련 확대 및 국방 R&D 협력 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지정학 재편과 한국의 새로운 역할
한국과 걸프 왕정 국가들의 방산 협력 강화는 역내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에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화를 추동한다. 미국 중심의 안보 질서에서 벗어나 다자적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중동의 흐름 속에서 한국이 핵심적인 ‘기술-안보 공급자’로 자리매김하는 형국이다. 이는 이란을 견제하는 새로운 압박 카드로 작용하는 동시에,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외교적 공간을 확장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한국산 무기가 미제 중심의 중동 군사 시스템과 호환되는가?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다. 천궁-II 등 한국의 주요 무기체계는 개발 단계부터 NATO 표준 데이터링크(Link-16 등)와의 연동을 염두에 둔다. 이는 기존에 사우디와 UAE가 운용 중인 미국의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체계와 원활한 통합을 보장하는 기술적 기반이 된다.
사우디와 UAE는 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대신 천궁-II를 선택했나?
아이언 돔은 단거리 로켓포 방어에 극도로 특화된 시스템이다. 반면 사우디가 직면한 위협은 로켓포를 넘어 중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 등 훨씬 복합적이다. 중거리/중고도 방어까지 포괄하는 천궁-II의 넓은 방어 범위가 이들의 다층적 위협 시나리오에 더 적합한 해결책으로 판단된 것이다.
천궁-II의 대규모 수출이 북한 미사일 방어 태세에 공백을 초래하지 않는가?
수출 물량은 국내 방산업체의 생산 능력을 고려하여 별도 라인에서 생산된다. 우리 군의 실전 배치 계획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므로, 국내 방공망의 전력 공백을 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산 물량 증가로 인한 ‘규모의 경제’는 향후 우리 군이 도입할 무기체계의 단가를 낮추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기술 이전이 향후 한국 방산의 잠재적 경쟁자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까?
핵심 기술(Core Technology) 이전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주로 현지 생산 및 조립, 정비(MRO) 기술 중심으로 협력이 진행되며, 이는 오히려 한국 방산 생태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공동 개발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적 이익이 잠재적 경쟁 위협보다 크다고 판단된다.
사막의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 한국산 무기의 운용 신뢰성은 검증되었는가?
K2 전차, K9 자주포 등 주요 지상 무기체계는 이미 중동 현지에서 수년간의 혹독한 시험평가를 거쳤다. 파워팩 냉각 성능, 궤도 및 현수장치 내구성, 전자장비 방진/방열 대책 등 사막 환경 맞춤형 개량이 적용되어 높은 운용 신뢰성을 입증하였다. 이는 SIPRI의 무기 거래 데이터에서도 확인되는 한국 무기 수출 증가의 주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