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4조 원대 천궁-II 계약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0조 원 규모 방산 협력설이 부상하며 K-방산의 위상이 달라졌다. 이는 단순히 무기를 파는 차원을 넘어, 미국의 전략적 후퇴로 발생한 중동의 안보 공백을 한국의 무기체계와 전략적 파트너십이 채우는 지정학적 지각변동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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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미국의 ‘안보우산’, 그 틈을 파고든 K-방산
최근 중동 주요국과의 대규모 방산 계약은 단순한 경제적 성과가 아니다. 이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집중으로 인한 중동 내 영향력 축소, 즉 전략적 모호성이 만들어낸 지정학적 기회와 직결된다.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자국 유전과 수도가 직접 타격당하는 현실 앞에서, 사우디와 UAE는 더 이상 워싱턴의 약속만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치명적인 안보 공백을 한국의 신속하고 신뢰성 높은 방어체계가 정밀하게 파고들고 있다.
‘가성비’를 넘어선 ‘신뢰성’의 증명: 천궁-II의 실전 데이터
UAE의 천궁-II(M-SAM) 도입 결정은 맹목적 선택이 아니었다. 이는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이 운용하는 이란제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에 대한 실전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물이다. 기존에 운용하던 미국의 패트리엇(PAC-3) 시스템이 고고도 방어에 치중하는 반면, 중저고도로 침투하는 다수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교전 효율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천궁-II는 단일 레이더로 전방위 탐지가 가능한 AESA 레이더와 ‘Hit-to-Kill’ 방식의 직접 요격 능력을 통해 순항미사일, 드론 등 복합적 위협에 대한 동시 교전 능력이 탁월하다. 이는 고가의 패트리엇 요격탄을 소모하지 않고도 위협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즉 비용-효과성 측면에서 최적의 대안임을 의미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보고서 역시 중동 국가들이 전통적 무기 공급처인 미국과 유럽을 넘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추세를 명확히 보여준다.
사우디의 야심 ‘비전 2030’과 K-방산의 절묘한 시너지

사우디의 관심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국가 개조 프로젝트인 ‘비전 2030’과 깊이 연동되어 있다. 2030년까지 군사 장비 지출의 50%를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는 단순한 무기 수입만으로는 달성 불가능하다. 사우디는 무기 완제품이 아닌, 국방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기술과 운용 교리(Doctrine)를 갈망하고 있다.
한국은 이 지점에서 최적의 파트너로 부상한다. 과거 서방의 기술을 도입해 단기간에 세계적 수준의 국방력을 일군 경험은 사우디에게 완벽한 롤모델이다. 기술 이전과 현지 공동생산에 적극적인 한국의 제안은 ‘블랙박스’ 형태로 완제품 판매에만 주력하는 미국, 유럽 방산업체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3’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국방비는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이 거대한 시장에서 단순 판매자가 아닌, 사우디의 산업적 야망을 실현시켜 줄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 중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K-방산의 성공이 초래할 새로운 균형
한국과 GCC 국가 간의 심화되는 국방 협력은 역내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을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는 이란과 그 대리세력에 맞서는 사우디-UAE 연합의 방어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다만 이러한 밀착은 한국 외교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긴다. 이란과의 전통적 경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란의 최대 적성국들과 안보 파트너십을 심화시켜야 하는 고도의 줄타기 외교가 요구된다. 대한민국 국방부 역시 방산 수출의 경제적 효과와 함께, 그것이 초래할 잠재적 외교·안보적 파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천궁-II가 미국의 패트리엇 시스템보다 우월한 점은 무엇인가?
우월성보다는 운용 목적의 차이로 봐야 한다. 패트리엇은 고고도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반면, 천궁-II는 중고도에서 항공기, 순항미사일, 드론 등 다양한 표적에 동시 대응하는 능력과 비용 효율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특히 교전 비용이 낮아 ‘벌떼’ 드론 공격 방어에 더 적합하다.
Q2. 한국의 무기 기술 이전이 중동의 군비 경쟁을 심화시키지 않는가?
군비 경쟁은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한국의 협력은 특정 국가의 방어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기술 이전을 통해 현지 생산을 유도함으로써 외부 무기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안정성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려는 사우디/UAE의 전략에 부합한다.
Q3.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과 비교하면 천궁-II의 포지션은 어떻게 다른가?
아이언 돔은 로켓, 박격포탄 등 단거리 위협에 대응하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체계이다. 천궁-II는 이보다 훨씬 넓은 방어 범위와 높은 요격 고도를 가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로, 국가 핵심 시설과 군사 기지를 방어하는 다층 방공망의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Q4. 방산 협력이 한국-이란 관계에 미칠 실질적 위협은 어느 정도인가?
단기적으로 외교적 마찰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국은 이란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이며, 방산 협력은 GCC 국가들의 ‘방어적’ 수요에 기반한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갈등을 관리할 것이다. 경제적 관계와 안보 협력의 분리 대응(Two-Track)이 핵심 전략이 된다.
Q5. 사우디가 원하는 기술 이전의 구체적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단순 조립생산을 넘어 레이더, 유도체계 등 핵심 구성품의 공동 개발 및 생산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사우디의 국방 R&D 역량 자체를 끌어올리려는 장기적 포석에 따른 요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