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4조 원대 천궁-II 계약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천문학적 규모의 방산 협력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섰다. 이란의 비대칭 위협이 고도화되고 미국이 인도-태평양으로 전략적 무게중심을 옮기는 지정학적 공백 속에서, 한국이 중동의 새로운 ‘안보 공급자’로 부상하는 현상이다.
![]()
사막의 폭풍, K-방산을 향한 러브콜의 실체
중동 산유국들의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은 단순히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는 분석은 단편적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통제된 무기 수출 정책, 즉 ‘정치적 조건’이 없는 신속한 전력 확보라는 중동 국가들의 절박한 안보 수요가 맞물린 결과이다.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아람코 석유시설이 피격된 사건은 이들의 방공망에 치명적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기존의 고고도 요격체계만으로는 저고도·소형 무인기떼의 동시 다발적 공격, 즉 포화 공격(Saturation Attack)을 막아낼 수 없다는 전술적 교훈을 얻은 것이다.
왜 ‘Made in Korea’인가?: 절충교역을 넘어선 전략적 선택
사우디와 UAE가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한 핵심 이유는 ‘조건 없는 기술이전’과 ‘공동 생산’에 대한 확고한 의지 때문이다. 미국은 최첨단 무기 판매 시 FMS(대외군사판매) 방식을 통해 기술 통제권을 유지하며 운용까지 깊숙이 관여한다. 반면 한국은 현지 생산시설 구축, 운용 노하우 전수, 심지어 후속 개량 모델의 공동 개발까지 약속하며 단순한 판매자를 넘어선 ‘전략적 동반자’의 위치를 제안한다. 이는 자국 방위 산업 육성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는 ‘비전 2030’을 추진하는 사우디의 이해와 정확히 일치한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3’ 보고서는 중동 주요국들이 국방예산의 상당 부분을 자국 산업 역량 강화에 재투자하는 경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천궁-II와 K2 흑표, 중동 전장 환경을 재편하다

한국의 특정 무기체계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다층 방공망의 핵심인 천궁-II와 사막 지형에서의 기동전 능력을 갖춘 K2 전차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이들 무기체계의 도입은 단순히 방어력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이란에 대한 억제력의 질을 바꾸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이는 곧 역내 세력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란의 비대칭 위협, ‘한국형 다층방공’으로 대응
이란의 군사 교리는 전면전보다 드론,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혼합 운용하는 비대칭 전력 투사에 집중된다. 천궁-II는 한 개의 발사대에서 여러 표적에 동시 대응이 가능한 콜드 론칭(Cold Launching) 방식과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이는 미국의 패트리엇 시스템이 고가치 탄도미사일 요격에 집중하는 동안, 저고도로 침투하는 다수의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미들 티어(Middle-tier)’ 방공의 핵심 공백을 메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중동의 군비 지출 증가는 고가의 전략무기보다 이러한 비대칭 위협 대응 체계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사막 작전 독트린과 K2 흑표의 잠재력
사우디가 관심을 보이는 K2 흑표 전차는 단순한 화력과 방어력을 넘어선다. 사막 환경에 특화된 냉방 장치와 모래 필터는 기본이며, 가변 유기압 현수장치(ISU)는 복잡한 사막 지형에서 월등한 기동성과 사격 안정성을 보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중심전(NCW) 수행 능력이다. K2는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아군 포병, 항공 자산과 연동해 입체적인 화력 투사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소모적인 진지전이 아닌, 신속한 기동과 정밀 타격으로 적의 핵심을 파괴하는 현대 사막전의 작전 교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델이다.
방산 협력, 한-중동 관계의 지정학적 함의
한국과 중동의 방산 협력은 경제적 이익을 넘어 한국의 외교안보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된다. 전통적인 미국 중심의 안보 구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방산 역량을 구축하려는 중동 국가들에게 한국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대한민국 국방부 역시 방산 수출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밀착 관계는 향후 에너지 안보, 인프라 건설 등 다른 분야로의 협력 확대를 위한 강력한 지렛대가 된다. 다만, 무기 수출이 해당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분쟁에 개입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고도의 외교적 관리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 협력이 지역 안정에 기여하는 ‘건설적 개입’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군비 경쟁의 촉매가 될지는 한국의 향후 전략적 행보에 달려 있다.
자주 묻는 질문
UAE/사우디가 미국산 패트리엇 대신 한국 천궁-II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가격 대비 성능 우위와 함께, 미국의 FMS(대외군사판매) 프로그램이 부과하는 엄격한 기술 통제와 운용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약속하며 무기체계의 ‘운용 주권’을 보장하는데, 이는 중동 국가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다.
K-방산 수출이 한국을 중동의 군사적 분쟁에 휘말리게 할 위험은 없는가?
잠재적 위험은 상존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대규모 무기 공급은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이며, 분쟁 발생 시 해당 무기체계의 운용 및 유지보수 지원 문제로 외교적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이는 철저한 중립 원칙과 위기 관리 시스템으로 통제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 무기체계가 실제 중동의 실전 환경에서 성능을 입증한 사례가 있는가?
천궁-II나 K2 전차의 중동 실전 기록은 아직 없다. 그러나 UAE의 천궁-II 도입 결정은 수년간의 혹독한 현지 환경 테스트와 미국 및 유럽의 경쟁 모델과의 비교 평가를 통과한 결과로, 사실상의 ‘준 실전’ 검증을 마쳤다고 평가된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중동 국가들의 방산 협력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공식적인 반응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복잡한 시선으로 주시한다. 이란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아랍 국가들의 군사적 역량이 자국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고도화되는 상황은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군사 기술 우위(QME)’ 원칙에 잠재적 도전이 될 수 있다.
향후 K-방산의 중동 시장 확대에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가?
미국의 대중동 정책 변화와 중국의 방산 시장 진출이 가장 큰 변수이다. 미국이 중동에 대한 안보 공약을 다시 강화하거나, 중국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시장을 잠식할 경우 현재의 K-방산 우위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신뢰 기반의 외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