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 예산은 세계 5위권에 달하지만,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의 저비용 드론과 순항미사일 공격에 핵심 석유 시설이 파괴되는 등 심각한 안보 공백을 드러냈다. 이는 고가의 서방제 방공 시스템이 비대칭 위협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증명하며, 중동 전체의 세력 균형을 뒤흔드는 전략적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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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직전의 사우디 방공망: 비대칭 위협의 현실화
사우디아라비아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투입해 패트리엇(PAC-3), 사드(THAAD)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방공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2019년 아브카이크-쿠라이스 정유 시설 피격 사건은 이 값비싼 방어막이 수십만 원짜리 드론떼 앞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입증했다.
이는 기존의 방공 교리(Air Defense Doctrine)가 고고도 초음속 위협에 집중된 결과, 저고도 아음속 표적에 대한 탐지 및 요격 능력에 구조적 허점을 안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비용 효율성이다. 수십억 원짜리 요격 미사일로 값싼 드론을 막는 것은 지속 불가능한 소모전이다.
패트리엇의 명성과 그림자: 가성비의 역설
패트리엇 시스템은 탄도미사일 요격에는 탁월한 성능을 보이지만,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극히 작은 드론이나 지형을 따라 낮게 비행하는 순항미사일 탐지에는 명백한 한계를 보인다. 사우디가 연간 GDP의 7% 이상을 국방비에 지출하고도 방어에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는 세계적인 무기 수입국이지만, 그 무기체계의 운용 개념이 새로운 위협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비대칭 전력은 단순히 저렴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적의 가장 강력한 시스템이 가장 취약하게 반응하도록 강요하는 전략적 지혜를 의미한다. 이란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이란의 회색지대 전략과 복합 화력 투사

이란은 직접적인 전면전을 회피하면서도 대리세력(Proxy)을 통해 영향력을 투사하는 회색지대(Gray-Zone) 전략을 구사한다.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은 이란의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이들은 이란으로부터 제공받은 샤헤드-136 자폭 드론, 순항미사일 등을 복합적으로 운용하여 사우디의 방공망을 교란하고 포화시키는 전술을 사용한다.
포화 공격(Saturation Attack) 메커니즘의 실체
이란의 전술적 핵심은 ‘포화 공격’에 있다. 값싼 자폭 드론 수십 기를 1차 공격 파로 투입하여 사우디 방공 레이더의 탐지 자산을 소모시키고 요격 미사일 재고를 고갈시킨다. 방어 시스템이 혼란에 빠진 사이, 더 정밀하고 파괴력 높은 순항미사일이 2차 공격으로 핵심 목표를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 복합 화력 투사 메커니즘은 방어 측의 의사결정 체계를 마비시키는 심리적 효과까지 동반한다. 이는 단순히 무기의 성능 대결이 아닌, 창과 방패의 전술적 두뇌 싸움에서 이란이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냉엄한 증거이다.
새로운 안보 균형과 지정학적 재편
반복되는 공격에 한계를 느낀 사우디는 안보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기체계 교체를 넘어, 외교적 지형의 재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사우디는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스라엘과의 안보 협력 가능성까지 타진하는 등 다각적인 활로를 찾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과 중동판 NATO의 가능성
이란의 위협이라는 공통분모는 과거 적대적이던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협력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구축된 신뢰는 군사 정보 공유와 통합 방공망 구축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미 국방부 역시 중부사령부(CENTCOM)를 중심으로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 간의 연합 훈련을 주도하며 이란을 견제하는 새로운 안보 구도를 형성 중이다. 이는 역내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적인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중동의 세력 균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결론: 힘의 균형추는 어디로 향하는가
이란의 비대칭 위협은 중동의 군사적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이상 고가의 첨단무기 도입만으로 국가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향후 사우디는 레이저와 같은 지향성에너지무기(DEW) 개발에 투자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외교적 긴장 완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은 사우디의 절대적인 군사적 우위라는 신화를 깨뜨리고, 중동 지역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을 재조정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각 행위자들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내리는지가 향후 10년간 중동의 안보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사우디에 도입하면 효과적인가?
효과는 제한적이다. 아이언돔은 단거리 로켓과 박격포탄 방어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사우디를 위협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이나 저고도 드론에 대한 대응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더 넓은 영토를 방어하기에는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사우디 공군이 막강한데 왜 드론을 막지 못하는가?
최첨단 전투기는 작고 느린 드론을 탐지하고 요격하는 데 비효율적이다. 전투기의 레이더는 고속 비행체 탐지에 맞춰져 있으며, 드론 요격에 공대공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극심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는 교전비용(Cost Per Engagement) 문제이다.
미국의 THAAD 배치는 실질적인 억제력이 되는가?
THAAD는 대기권 상층부로 비행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용이다. 현재 사우디 안보의 최대 현안인 저고도 순항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에 대해서는 전혀 방어 능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방어 범위가 다른 별개의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란-사우디 관계 정상화가 군사적 위협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가?
아니다. 국가 간 직접적인 충돌 위험은 감소시키지만, 이란의 통제를 받는 대리세력의 위협까지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후티 반군 등은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어, 외교적 합의만으로는 안보를 보장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남는다.
중국제 무기 도입이 사우디의 안보 전략에 어떤 변수가 되는가?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국방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 다만, 기존 서방제 무기체계와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연합작전 수행 시 지휘통제 시스템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