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헷징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법, 실패는 곧 국가 소멸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4430억 달러로 냉전 종식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비 경쟁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이는 특정 국가의 국방 포트폴리오 부실이 곧 전면전 패배로 직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의 재래식 전력 중심 구성은 더 이상 유효한 헷징 수단이 아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헷징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법

전면전 시나리오와 생존 포트폴리오의 부재

현대 국가는 전례 없는 복합적 안보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과거의 국지적 분쟁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가의 국방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무기 목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위험 관리 수단이다. 그러나 다수 국가의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과거의 전쟁 패러다임에 고착되어 심각한 비효율성을 드러낸다.

전통적 안보 자산의 감가상각과 신개념 위협

냉전 시대의 주력전차(MBT)나 야포 중심의 지상군 전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한계를 명확히 노출하였다. 정밀 타격 드론과 자폭 무인기 앞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기갑 자산은 손쉬운 표적이 되었고, 이는 기존의 화력 투사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사이버 공격을 통한 국가기반시설 마비, GPS 교란을 통한 지휘통제체계 무력화, 회색지대 전략을 활용한 여론전 등 새로운 비대칭 위협은 기존 국방 자산으로는 방어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따라서 전차와 전투기 숫자에만 의존하는 포트폴리오는 이미 막대한 ‘평가손실’을 기록 중인 부실 자산에 불과하다. 국방부가 발표하는 국방백서의 양적 지표만으로는 이러한 질적 취약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경제 의존성과 군사적 취약성의 이중고

지정학적 리스크 헷징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법 2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된 경제 구조는 평시에는 성장의 동력이지만, 전시에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핵심 소재·부품 의존도는 적성국의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방위 산업의 생산 차질과 전투력 저하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나 특정 화학물질의 공급이 차단될 경우, 유도무기나 레이더 같은 첨단 자산의 생산 라인 자체가 멈춰 설 수 있다. 이는 군사적 위협이 경제적 수단을 통해 발현되는 새로운 양상이며, 경제 안보를 고려하지 않은 군사 포트폴리오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증명한다. 군사적 고립과 경제적 봉쇄가 동시에 진행될 때, 국가의 총력전 수행 능력은 급격히 와해될 수 있다.

최적화된 비대칭 전력 포트폴리오 구축 전략

지정학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헷징하기 위해서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극대화된 비대칭 전력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값싼 무기를 많이 확보하는 개념이 아니다.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하고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전략적 자산의 조합을 의미한다.

이러한 포트폴리오는 적의 군사적 행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기능하며, 제한된 국방 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A2/AD(반접근/지역거부) 심화를 위한 자산 배분

적의 항모전단이나 상륙전단의 접근 자체를 거부하는 A2/AD 교리는 약소국이 강대국의 군사적 투사를 억제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를 위해 포트폴리오는 극초음속 미사일, 지대함 탄도미사일, 그리고 고성능 잠수함 전력에 집중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4’는 동아시아 주요국의 잠수함 보유 척수가 경쟁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수중 플랫폼이 제공하는 은밀성과 치명적인 공격 능력이 A2/AD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지상 기반 미사일 시스템과 수중 발사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다층적 거부망은 적의 의사결정 과정에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주는 고효율 투자이다.

사이버·우주 전력: 보이지 않는 전장의 핵심 변수

현대전의 승패는 물리적 충돌 이전에 사이버와 우주 공간에서 결정된다. 적의 군사위성을 무력화하거나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능력은 지상군의 탱크 수백 대보다 강력한 전략적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국방 포트폴리오에 저궤도 군집위성 네트워크, 공격적 사이버 방어(ACD) 역량, 전자전(EW) 플랫폼 등을 핵심 자산으로 편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이러한 비물리적 자산은 적의 C4I(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체계를 직접 타격하여 전쟁 수행 의지 자체를 꺾는다. 투입 비용 대비 전략적 파급효과가 가장 큰 영역으로, 미래 국방 포트폴리오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분석된다.

향후 지역 세력 균형에 미칠 파급 효과

국가별 국방 포트폴리오의 질적 변화는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단순히 군비 지출 총액이나 병력 규모로 국력을 평가하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이제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비대칭 자산을 조합하여 지정학적 리스크를 헷징하는지가 군사적 영향력을 결정하는 핵심 척도가 된다. A2/AD 역량과 사이버·우주 전력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국가는 강대국의 군사적 개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역내에서 독자적인 전략 공간을 확보할 전망이다. 반면, 과거의 재래식 전력 강화에만 매몰된 국가는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서 도태되어 세력 균형의 하위 행위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자주 묻는 질문

Q. 방산 수출 증대가 실제 지정학적 리스크 헷징에 기여하는가?

방산 수출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구매국과의 군사적·외교적 유대를 강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동일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국가 간에는 상호운용성이 증대되고, 이는 유사시 잠재적 우군을 확보하는 강력한 안보 자산으로 작용한다.

Q.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은 군사 포트폴리오에 포함될 수 있는가?

SMR 기술은 핵추진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의 동력원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이다. 해당 기술의 확보는 잠재적 핵추진 플랫폼 보유 역량을 의미하므로, 그 자체로 상대에게 강력한 전략적 압박을 가하는 비대칭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평가된다.

Q. 동맹 관계는 국방 포트폴리오의 자산인가, 아니면 부채인가?

동맹은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하는 핵심 자산이지만, 동맹국의 전략적 이익에 종속될 경우 자국의 군사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부채로 작용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동맹은 상호보완적 자산을 공유하는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하되, 과도한 의존은 경계해야 할 리스크 요인이다.

Q. 제한된 국방 R&D 예산 배분 시 가장 시급한 분야는 어디인가?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과 자율 무인 전투체계 분야에 R&D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 기술들은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서, 병력 수의 열세를 기술적 우위로 극복하게 해주는 최우선 투자 대상이다.

Q. 국방 포트폴리오 구성 시 가장 경계해야 할 ‘블랙 스완’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전자기펄스(EMP) 공격이나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암호체계 무력화가 가장 치명적인 블랙 스완으로 꼽힌다. 이러한 공격은 한순간에 국가의 모든 디지털 기반 국방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으며, SIPRI와 같은 기관에서도 관련 위협을 심도 있게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