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이 6세대 전투기(NGAD) 개발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지금, 스텔스 기술의 근간을 흔드는 ‘대스텔스 레이더’ 기술이 전장을 지배할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4430억 달러에 달하며, 상당 부분이 스텔스와 같은 첨단 비대칭 기술에 집중된다. 이 거대한 투자가 MIMO 레이더라는 ‘보이지 않는 그물’ 앞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냉혹한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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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보이지 않는 주먹’의 종말인가
지난 수십 년간 제공권의 핵심은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을 극소화하는 스텔스 기술이었다. F-22와 F-35로 대표되는 미국의 스텔스 독점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으며, 중국의 J-20과 러시아의 Su-57이 그 뒤를 잇는다. 이보다 더 심각한 위협은 스텔스기를 무력화하기 위한 탐지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다.
플라즈마 스텔스와 메타물질의 등장
기존 스텔스 기술이 형상 설계와 전파 흡수 물질(RAM)에 의존했다면, 차세대 스텔스는 물리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기체 주변에 이온화된 가스층을 형성해 전파를 흡수·굴절시키는 플라즈마 스텔스 기술이나, 전파의 특성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메타물질을 기체 표면에 적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히 RCS를 줄이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레이더를 ‘기만’하는 단계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SIPRI의 최신 보고서가 지적하듯, 이러한 기술 개발 및 양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소수 강대국 외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이는 새로운 기술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대스텔스 탐지, 창과 방패의 새로운 국면

스텔스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저주파 대역을 사용하는 VHF/UHF 레이더나 민간 방송 전파를 활용하는 패시브 레이더가 개발되었다. 이들은 스텔스기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특정할 수는 있었지만, 정밀 타격을 위한 추적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MIMO(Multiple-Input Multiple-Output) 레이더의 등장은 이 모든 전술적 가정을 뒤엎는다. 다수의 송신기와 수신기를 분산 배치하여 촘촘한 감시망을 형성하는 MIMO의 작동 원리는 기존 스텔스기의 회피 기동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MIMO 레이더: 스텔스 킬러의 작동 원리
MIMO 레이더의 위협이 심각한 이유는 스텔스 기술이 전제로 삼았던 ‘단일 고출력 레이더’라는 공격 방식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강력한 ‘손전등’을 피하는 것은 가능해도, 수백 개의 희미한 ‘촛불’이 사방에서 비추는 상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분산형 네트워크와 데이터 융합
MIMO 레이더는 강력한 전파를 한 방향으로 방사하는 대신, 저출력 전파를 다수의 송신기에서 각기 다른 파형으로 동시에 방출한다. 분산된 수신기들은 스텔스기에 의해 미세하게 왜곡되거나 산란된 신호들을 모두 수집한다. 개별 신호는 의미 없는 노이즈에 가깝지만, 중앙 처리 시스템이 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Data Fusion)하여 표적의 3차원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한다. 이는 스텔스기가 가장 취약한 특정 주파수 대역이나 특정 각도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AI 기반 표적 식별과 전술적 함의
MIMO 시스템의 진정한 파괴력은 인공지능(AI)과의 결합에서 나온다. 수집된 방대한 신호 패턴을 AI가 학습하여 스텔스 전투기와 민항기, 디코이, 심지어 특정 기종까지 식별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탐지’를 넘어 ‘식별’과 ‘추적’이 가능해짐을 뜻하며, 스텔스기의 생존성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방혁신 4.0’ 역시 이러한 AI 기반 지능형 지휘통제체계(C4I)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는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결론: 새로운 군비 경쟁의 서막
스텔스와 대스텔스 기술의 경쟁은 이제 기체 자체의 성능을 넘어 네트워크와 데이터 처리 능력의 대결로 전환되었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보고서가 매년 강조하듯, 현대전은 플랫폼 중심에서 네트워크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MIMO 레이더와 AI 기반 탐지 시스템의 확산은 지난 30년간 공중전의 규칙이었던 ‘먼저 보고, 먼저 쏘는(First Look, First Shot)’ 교리의 종언을 예고한다. 이제 스텔스 자산의 가치는 단독 생존 능력이 아닌, 얼마나 효과적으로 아군 네트워크에 통합되어 적의 탐지망을 교란하고 파괴할 수 있는지에 따라 재평가될 것이다. 이는 동북아와 같은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중대한 변수임이 틀림없다.
자주 묻는 질문
F-35는 MIMO 레이더망에 즉시 무력화되는가?
즉각적인 무력화는 아니다. 하지만 작전 반경이 크게 축소되고 생존을 위해 전자전기(EA-18G 등)나 무인기 편대의 지원이 필수적이 된다. 단독으로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임무의 전술적 위험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한국 공군의 F-35A 운용 교리에 미치는 영향은?
전면전 초기, 적의 핵심 시설을 타격하는 ‘전략적 타격’ 임무보다 적의 방공망, 특히 MIMO 레이더 노드를 먼저 파괴하는 SEAD/DEAD 임무의 우선순위가 높아질 것이다. 스텔스 성능을 이용해 가장 위협적인 적의 ‘눈’부터 제거하는 역할이 강조된다.
MIMO 레이더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인가?
두 가지 핵심 약점이 존재한다. 첫째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따르는 컴퓨팅 부하이며, 둘째는 노드 간 통신을 위한 데이터 링크의 취약성이다. 강력한 네트워크 교란이나 일부 핵심 노드에 대한 물리적 타격은 전체 시스템의 탐지 능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스텔스 기술 개발 수준은?
양국 모두 MIMO의 개념을 적용한 시스템을 개발·실전 배치하는 단계에 있다. 특히 중국은 남중국해의 인공섬 곳곳에 장거리 VHF 레이더와 연동된 시스템을 구축하여 강력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는 서방 세계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 규모와 밀도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스텔스 무인기(UAV)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매우 유력한 대안이자 필수적인 보완책이다. 수십, 수백 대의 저렴한 스텔스 무인기를 벌떼(Swarm)처럼 운용하여 적의 MIMO 레이더망을 포화시키거나, 자폭 공격으로 레이더 노드를 직접 파괴할 수 있다. 유인기-무인기 복합 운용(MUM-T)은 스텔스 자산의 생존성을 높이는 핵심 전술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