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32개 회원국 중 20개국 이상이 사상 처음으로 ‘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면서 유럽 대륙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직접적 위협 인식의 결과이며,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군비 증강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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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다시 ‘철의 장막’을 세우는가
냉전 종식 후 30여 년간 ‘평화 배당금’에 취해 있던 유럽이 깨어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NATO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회원국들은 이제 단순한 방어 동맹을 넘어,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전력 투사 능력(Power Projection)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2% 룰의 함정: 지출 증액이 ‘전력화’로 직결되지 않는 이유
GDP 대비 2%라는 수치는 상징적 목표일 뿐, 그 자체가 전투력 증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난 수십 년간 축소된 방위 산업 기반을 단기간에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의 무기 수입은 급증했으나, 이는 대부분 미국의 F-35 전투기, HIMARS 다연장로켓 등 특정 고가 무기체계에 집중되어 있다. 포탄, 소총 등 기본 전투 지속 능력을 위한 재래식 무기 생산 라인은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며, 이는 지상전 소모전(Attrition Warfare) 교리에 심각한 허점을 노출한다. 즉, 예산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전투준비태세(Combat Readiness) 향상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대응: 비대칭 전력과 ‘회색지대’ 전략

러시아는 NATO의 재래식 군비 증강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비대칭적 수단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사이버 공격, 가짜뉴스 유포를 통한 여론 조작, 에너지 자원 무기화 등 회색지대(Gray Zone) 전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4’는 러시아가 재래식 전력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전술핵무기(TNW)의 역할과 위협을 더욱 강조하는 군사 독트린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NATO의 군비 증강이 오히려 러시아의 핵 문턱을 낮추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유럽 안보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비 경쟁의 지정학적 파급 효과
유럽의 재무장은 단순히 역내 안보 문제를 넘어 전 지구적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과 맞물려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동맹국 간 역할 분담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부담’과 유럽의 ‘자주국방’ 딜레마
미국은 유럽 NATO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강력히 압박해왔다. 이는 미 국방부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유럽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는 장기적으로 NATO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논의가 대표적 사례이다. 유럽이 독자적인 지휘통제체계와 방위산업 기반을 갖추게 될 경우, 이는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잠재적 균열 요인이 된다. 결국 2% 룰은 유럽의 안보 강화라는 순기능과 동맹의 원심력 강화라는 역기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결론: 새로운 냉전 구도와 세력 균형의 재편
NATO 회원국들의 GDP 2% 방위비 지출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 조치이다. 이는 과거와 같은 이념 대결이 아닌, 실존적 안보 위협에 기반한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작을 알린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으로 유럽의 억제력을 강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키고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추길 위험성을 내포한다. 결국 유럽 대륙은 군사력에 의한 세력 균형이 평화를 담보하는 냉전적 패러다임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수십 년간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트럼프 재선 시 NATO 방위비 분담금 정책은 어떻게 변할까?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할 경우, GDP 2%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격상되고 3~4% 수준의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방위비 미달성 국가에 대해서는 NATO 헌장 5조의 자동개입 조항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위협을 통해 동맹의 근본적인 신뢰를 시험할 것으로 분석된다.
2% 증액이 실제 병력 감축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가?
단기적으로는 어렵다. 증액된 예산 대부분이 첨단 무기 구매 및 연구개발(R&D)에 우선 투입되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병역 자원 감소는 구조적 문제이므로, 예산 증액만으로는 모병 및 병력 유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힘들며 별도의 사회적 합의와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미국은 NATO의 사례를 기준으로 동맹국 전체에 대한 기여도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한국 역시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현재 약 2.7%)과 주한미군 주둔비용 외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역할 확대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위비 증액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국가는 어디인가?
단연 미국이다. 유럽 국가들이 구매하는 F-35, 패트리엇 미사일,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 등 고부가가치 무기체계는 대부분 미국산이다. 이는 미국 방위산업체의 호황으로 이어지며, 동맹국의 군사 체계를 미국 중심으로 종속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유럽 자체 방위산업 육성(예: FCAS, MGCS)은 성공할 수 있을까?
회원국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미국의 견제로 인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차세대 전투기(FCAS)나 주력전차(MGCS) 개발 사업은 이미 프랑스와 독일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지연되고 있다. 미국산 무기 직도입의 신속성과 상호운용성을 넘어서는 정치적, 산업적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