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레이더와 정밀 유도무기의 ‘심장’으로 불리는 질화갈륨(GaN)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전 세계 군사용 GaN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2028년 20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우위를 넘어, 스텔스기와 극초음속 미사일 탐지 능력과 직결되어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재편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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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스트래티직 머티리얼’
질화갈륨(GaN)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이나 갈륨비소(GaAs) 기반 소자를 압도하는 성능을 구현한다. 높은 전력 밀도와 월등한 주파수 특성은 군사 레이더 및 통신 시스템의 탐지 거리와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단순히 무기 체계의 성능 개선을 넘어, 현대전의 핵심인 전자전(Electronic Warfare) 수행 능력 자체를 재정의한다. GaN 기반 시스템은 더 강력한 전파 방해(Jamming)를 뚫고 목표를 식별하며, 동시에 적의 레이더망을 무력화시키는 공세적 전자전 능력을 보장한다.
AESA 레이더의 눈, GaN이 완성하는 압도적 탐지 능력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GaN 소자 기술의 총아이다. 수천 개의 송수신 모듈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AESA 시스템에서 GaN은 각 모듈의 출력을 극대화하여 기존 GaAs 기반 레이더 대비 탐지 거리를 1.5배에서 2배까지 늘린다. 이는 조기경보기의 통제 없이도 전투기가 독자적으로 광범위한 전장을 감시하고 다수의 표적과 동시 교전할 수 있는 네트워크 중심전(NCW) 교리의 핵심 기반이 된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3’ 보고서는 최신 전투기의 공중전 우위가 기체 성능이 아닌 AESA 레이더의 성능에 의해 결정된다고 분석하며, GaN 기술의 군사적 중요성을 명시하였다. 결국 GaN 기술 확보 여부가 제공권 장악의 선결 조건이 된 것이다.
미사일의 두뇌, 정밀 타격의 완성

GaN 기술은 미사일의 ‘눈’에 해당하는 시커(Seeker)와 데이터링크 시스템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고출력 GaN 송신기는 적의 ECM(전자 대응책) 환경에서도 목표물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 강한 신호를 방사한다. 이는 스텔스 전투기나 순항미사일처럼 반사 면적이 극히 작은 표적에 대한 종말 유도 단계의 명중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L-SAM이나 천궁-II 같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인 교전 통제 레이더 역시 GaN 기술이 적용되어야만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같은 고속·변칙기동 표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화력 투사 메커니즘의 정점에 GaN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 GaN 공급망 전쟁
미래 전장의 향방을 가를 GaN 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은 이미 공급망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자국 내 GaN 생산시설을 확충하며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한다.
중국 역시 ‘군민융합’ 전략 아래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GaN 자급률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군사적 우위에 심각한 도전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기술 패권 경쟁은 동맹국들의 방위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기술 통제와 중국의 ‘반도체 굴기’
미 국방부는 F-35 전투기와 이지스함의 AN/SPY-6 레이더 등 핵심 전력에 탑재되는 군용 GaN 소자의 해외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는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최첨단 군사 기술 이전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펜타곤의 기본 방침을 보여준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제3국을 통한 기술 탈취와 자체 R&D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국방비 지출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 내재화에 투입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경에는 일부 군용 GaN 기술에서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반도 전력 균형과 GaN의 미래
KF-21 보라매 전투기의 AESA 레이더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개발 성공은 대한민국의 GaN 기술력 확보에 사활이 걸려있음을 증명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탐지 및 요격 능력은 GaN 기반 방어체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핵심 소재와 장비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과제를 넘어 국가 생존과 직결된 안보 이슈이다.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혁신 4.0’ 계획 역시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와 함께 GaN과 같은 핵심 부품 기술의 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향후 지역 세력 균형에 미칠 파급효과
GaN 반도체 기술의 확산은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전망이다. 이 기술을 선점하고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국가는 전자전 스펙트럼의 우위를 바탕으로 적의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체계를 무력화하고 자국군의 생존성과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미·중·일·러 등 주변 강국들의 GaN 기술 개발 경쟁 속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10년 내에 심각한 군사적 비대칭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GaN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 안보의 필수불가결한 전략 자산이다.
자주 묻는 질문
GaN 기반 레이더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가?
GaN 레이더는 높은 출력과 빠른 빔 조향 능력으로 기존 레이더보다 극초음속 미사일 탐지에 유리하다. 하지만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표적을 안정적으로 추적하고 요격 데이터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신호처리 기술의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GaN 반도체 공급망은 지정학적 분쟁에 얼마나 취약한가?
매우 취약하다. 고품질 GaN 웨이퍼 생산에 필요한 기판(Substrate)과 핵심 제조 장비(MOCVD 등) 시장을 소수의 서방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분쟁이나 강대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곧바로 동맹국의 차세대 무기 생산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의 GaN 기술력은 미국과 서방 수준에 도달했는가?
상용 통신 분야에서는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으나, 군용으로 요구되는 고도의 신뢰성과 극한 환경 내구성을 갖춘 제품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고 평가된다. 다만, 막대한 투자와 인력 흡수를 통해 그 격차는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GaN 기술이 전자전(EW) 교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GaN 기반 재머(Jammer)는 훨씬 넓은 주파수 대역에서 강력한 방해 전파를 송출해 적의 레이더와 통신을 마비시킨다. 이는 공세적 전자전(Offensive EW)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시드(SEAD)’ 작전의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GaN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가?
현재로서는 직접 개발하거나 정상적인 무역을 통해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불법적인 제3국 네트워크를 통해 구세대 상용 GaN 부품을 입수하여 GPS 교란 장치나 단거리 레이더 성능 개량에 제한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