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이 사상 처음으로 자국 함정의 정비·수리(MRO) 사업을 한국 조선소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경제 협력을 넘어, 가용 함정 부족에 시달리는 미 해군의 ‘전략적 실패’를 자인하는 행위이다. 중국 해군(PLAN)이 함정 수에서 미국을 압도하는 현실 속에서, 한반도가 인도-태평양 전략의 최전선 병참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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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제해권의 ‘아킬레스건’ 드러낸 미 해군
미 해군의 이번 결정은 동맹국의 우수한 산업 기반을 활용하는 효율적 선택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국 내 조선 및 수리 인프라 붕괴라는 치명적 현실이 존재한다.
미 함정 가동률 급락과 ‘수리 사막’의 현실
미 국방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버지니아급 공격 원자력 잠수함(SSN)의 정비 기간은 계획보다 평균 3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이는 항모강습단(CSG)의 핵심 전력 공백을 의미한다. IISS(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3’ 보고서는 미 해군 수상 전투함의 전반적인 준비 태세 저하를 지적하며, 특히 수리 대기 중인 함정의 누적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분석한다. 미 본토의 노후화된 설비와 숙련 인력 부족은 태평양 함대의 전력 투사 능력을 근본적으로 잠식하는 구조적 결함이다.
중국 해군(PLAN)의 양적 팽창, 질적 추격의 그림자

미 해군이 수리 부두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 능력을 바탕으로 함대를 무섭게 증강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29년 연속 증가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이 해군력 증강에 투입된다. 유사시 중국은 자국 조선소들을 총동원해 전투 손실 함정을 신속하게 수리하거나 대체 건조할 수 있다. 이는 장기 소모전에서 미 해군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비대칭적 우위를 제공하는 핵심 변수이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단순 ‘하청’ 아닌 ‘전략적 린치핀’
이번 MRO 사업 수주는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계기임과 동시에, 한미 동맹이 군사-산업 복합체 수준으로 심화됨을 보여준다. 한국의 조선소들은 이제 미 7함대의 작전 지속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연결고리(Linchpin)가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수리 역량, 미 해군의 유일한 대안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초대형 드라이독과 첨단 블록 공법은 미 해군이 자국에서 수개월 걸릴 수리를 수주 내에 완료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LNG 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서 축적된 정밀 관리 및 공정 단축 노하우는 군함 MRO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실상 미 해군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었던 셈이다. 이는 한국의 방위 산업이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동맹의 전력 유지(Force Sustainment)에 직접 기여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향후 군사·안보적 파급 효과 전망
한국 조선소의 미 해군 MRO 사업 참여는 동북아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에 미묘하지만 중대한 변화를 추동한다. 이는 동맹의 억제력을 강화하는 순기능과 함께, 한반도의 전략적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역기능을 동시에 내포한다.
미-한-일 삼각 안보 협력의 심화와 그 대가
이번 결정은 요코스카, 사세보 등 주일미군 기지의 함정 수리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미일 3각 군수 지원 체계의 연동성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방 혁신 4.0과 맞물려, 한국의 산업 기반은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작전 템포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자산으로 편입된다. 다만, 이는 분쟁 발생 시 한국의 핵심 산업 시설이 적의 우선 타격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서게 되는 전략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자주 묻는 질문
미국은 왜 자국 함정을 직접 수리하지 못하는가?
1980년대 이후 미 조선업계의 급격한 쇠락과 해군 조선소의 통폐합, 숙련 노동자 세대교체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자국 연안 운송 선박 건조를 미국 내로 제한하는 ‘존스법(Jones Act)’이 역설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켜 군함 건조 및 수리 기반마저 잠식한 결과이다.
어떤 종류의 미 해군 함정이 한국에서 수리받는가?
초기에는 군수지원사령부(Military Sealift Command) 소속의 비전투함 위주로 시작될 전망이다. 하지만 사업이 안정화되면 이지스 구축함, 순양함 등 제7함대 소속의 핵심 수상 전투함으로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핵추진 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은 기술적, 보안적 문제로 제외된다.
이 사업이 한반도의 전쟁 발발 위험을 높이는가?
사업 자체가 직접적인 전쟁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 해군의 핵심 자산이 한반도 남단에 상시 존재하게 되면서, 미중 전면전과 같은 역내 대규모 분쟁 발생 시 한국이 초기 단계부터 주요 공격 목표가 될 개연성이 급격히 상승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이익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수조 원에 달하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미 해군 군함의 MRO 실적을 확보함으로써 기술 신뢰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 및 특수선 건조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된다.
중국과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가?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예속 시도’라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한국 내 미군 자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다. 북한 역시 이를 ‘북침 전쟁 준비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부산과 울산 등 관련 항만 시설을 겨냥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시험 발사를 감행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