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성공률이 70%를 상회하는 가운데, 기존 X-밴드 레이더 체계의 탐지 사각이 드러나고 있다. IISS 밀리터리 밸런스 2024는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 심화를 경고하며, 차세대 조기 경보 레이더 도입이 전력 균형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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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되는 미사일 위협, 기존 방공망의 한계
현대전은 속도와 정보의 싸움이다. 북한과 중국 등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활공체(HGV)와 저고도 순항미사일은 기존 탄도탄 요격 논리를 무력화하며 새로운 전술적 도전을 제기한다. 이는 대한민국 방공망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파고드는 비대칭 공격의 서막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활공 단계’와 탐지 딜레마
극초음속 미사일의 가장 위협적인 구간은 정점 고도에서 활공하며 변칙 기동하는 중간 단계(Mid-course phase)이다. 기존의 그린파인 레이더나 이지스함의 SPY-1D 레이더는 탄도미사일의 포물선 궤적 예측에 최적화되어, 예측 불가능한 활공 비행체를 지속 추적하는 데 명백한 한계를 보인다. 탐지에서 요격 결심까지의 대응 시간을 수십 초 단위로 압축시켜 지휘통제체계를 마비시키는 것이 이 무기의 핵심 화력 투사 메커니즘이다. 결과적으로 킬체인(Kill-Chain)의 첫 단추인 ‘탐지’ 단계가 붕괴하면, 이후의 모든 방어 절차는 의미를 상실한다. 미국이 AN/SPY-7과 같은 차세대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고도·소형 무인기, ‘회색지대’ 전술의 첨병

레이더 단면적(RCS)이 극히 작은 소형 무인기와 저고도 순항미사일은 방공망의 하부를 파고드는 그림자 위협이다. 전통적인 방공 레이더는 지표면 난반사(Clutter) 때문에 저고도 표적 탐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한민국 국방부 역시 수차례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을 겪으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다. 고가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 값싼 드론을 요격하는 것은 비용 교환비(Cost-exchange ratio) 측면에서 지속 불가능한 전술이다. 결국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기술을 적용한 다수의 국지방공레이더를 촘촘히 연동해 감시 공백을 메우는 네트워크 중심전(NCW) 개념의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조기 경보 레이더 시장의 기술 패권 경쟁
글로벌 조기 경보 레이더 시장은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선 기술 패권과 군사 동맹의 각축장이다. 미국의 레이시온, 이스라엘의 IAI, 프랑스의 탈레스, 그리고 한국의 한화시스템 등이 차세대 레이더 기술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L-밴드 vs. S/X-밴드: 전술적 선택의 기로
레이더 주파수 대역 선택은 해당 국가의 위협 인식과 방어 교리를 반영한다. L-밴드는 긴 파장을 이용해 넓은 영역을 조기에 탐지하는 데 유리하지만, 정확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파장이 짧은 X-밴드는 탐지 거리가 짧지만, 매우 높은 해상도로 표적을 식별하고 미사일을 정밀 유도하는 화력 통제에 필수적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최근 5년간 무기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EL/M-2080 그린파인(L-밴드)과 미국의 AN/TPY-2 사드 레이더(X-밴드)는 각기 다른 전략적 수요에 따라 세계 시장을 양분하는 양상이다. 최신 트렌드는 두 대역의 장점을 결합한 이중대역(Dual-Band) 레이더 혹은 상호보완적 운용으로, 이는 다층 방어망 구축의 핵심이다.
새로운 위협에 맞선 방공망의 진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전면적인 재설계와 증강을 요구한다. 기존 자산의 한계를 극복하고 독립적인 감시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L-SAM용 MFR과 ‘한국형 LRDR’ 개발의 의의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미사일 L-SAM의 다기능레이더(MFR)는 KAMD의 핵심 센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는 탐지와 추적, 교전 통제를 하나의 레이더로 통합 수행하여 반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더 나아가 독자적인 장거리 식별 레이더를 확보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정보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작전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중대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자체 탐지 자산으로 확보한 정보를 동맹과 공유할 때, 비로소 대등한 연합 방위 태세의 기반이 마련된다. 이는 단순한 무기 개발을 넘어, 한미 동맹의 역학 관계를 재정립하고 동북아 안보 지형에 새로운 균형을 만드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파급 효과와 세력 균형의 재편
고성능 조기 경보 레이더의 추가 배치는 필연적으로 주변국의 군사적 대응을 촉발한다. 특히 한반도에 배치된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중국 대륙 깊숙한 곳까지 미칠 경우, 이는 중국의 접근 거부/지역 거부(A2/AD) 전략을 무력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중국은 이를 자국의 핵전력 생존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이에 상응하는 군사적·외교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조기 경보 레이더 자산의 배치는 단순한 방어력 강화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세력 균형을 뒤흔드는 전략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조기 경보 레이더와 사드(THAAD) 레이더의 구체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조기 경보 레이더(EWR)는 L-밴드 등을 이용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미사일 발사 징후를 최초로 포착하는 ‘눈’의 역할에 집중한다. 반면 사드 레이더(AN/TPY-2)는 X-밴드를 사용해 날아오는 탄두를 매우 정밀하게 추적하고 요격 미사일을 유도하는 ‘사격 통제’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의 EMP 공격에 조기 경보 레이더는 생존할 수 있는가?
현대의 주요 군사 시설은 전자기파 펄스(EMP) 공격에 대비한 차폐(Shielding) 및 방호 설계가 적용된다. 하지만 고고도 핵폭발로 발생하는 초강력 EMP는 일부 시스템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이를 대비한 시스템 다중화와 예비 전력 확보가 생존성의 관건이다.
인공위성을 통한 감시가 있는데 지상 레이더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정찰위성은 넓은 지역을 주기적으로 감시하지만, 특정 지역을 24시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상 레이더는 특정 방향과 고도를 쉼 없이 감시하며, 위성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변화나 저고도 침투를 포착하는 보완적이고 필수적인 감시 자산이다.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술에 대응하는 최신 기술은 무엇인가?
단일 고출력 레이더 대신, 다수의 저출력 레이더 신호를 합성하는 분산형 레이더(Distributed Radar)나 양자역학을 이용한 양자 레이더가 연구되고 있다. VHF/UHF 등 저주파 대역을 활용해 스텔스기의 형상 제어 효과를 상쇄하려는 시도 역시 활발히 진행된다.
한국이 조기 경보 레이더를 추가 도입할 경우 중국의 군사적 반응은 어떻게 예상되는가?
중국은 이를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 편입으로 간주하고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사드 배치 당시와 유사한 경제적 보복과 더불어, 자국 스텔스 전투기나 잠수함의 서해 활동을 증강시켜 한국의 레이더망을 시험하고 무력화하려는 군사적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