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 주력전차 T-90M이 단 2만 달러짜리 드론에 파괴되는 영상은 충격 그 자체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전 세계 무인기 시장 규모가 향후 5년간 200% 이상 폭증할 것으로 예측하며, 저비용·고효율 무기체계가 기존의 군사력 균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음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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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고효율,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배회형 자폭 무인기, 즉 자폭 드론(Loitering Munition)은 현대전의 교리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정찰(ISR) 자산과 타격 자산을 결합한 이 신종 무기는 표적 상공에서 장시간 체공하며 기회를 포착,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을 감행한다.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방공 미사일로 수만 달러에 불과한 드론을 요격해야 하는 ‘비대칭적 비용’ 문제는 방어하는 측의 막대한 경제적 출혈을 강요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한 ‘가성비’의 파괴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자폭 드론의 전술적 가치를 극명하게 입증한 실전 무대이다. 러시아군의 ‘랜싯(Lancet)’이나 이란제 ‘샤헤드-136(Shahed-136)’은 우크라이나의 기갑부대와 포병 자산, 심지어 방공 시스템까지 무력화시키며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는 단순히 개별 무기의 성능을 넘어, 저렴한 무기 다수를 운용하여 적의 고가치 자산을 소모시키는 ‘비용 강요(Cost-Imposing)’ 전략의 유효성을 증명한 것이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4’ 보고서는 이러한 소형 무인 공격체계가 전통적인 기동전 및 소모전 개념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한다고 분석한다. 과거 대규모 병력과 장비의 집결을 통해 화력을 투사하던 방식은 이제 자폭 드론의 분산된 위협 앞에 생존성을 보장받기 어렵게 되었다. 전장의 주도권이 값비싼 플랫폼에서 효율적인 네트워크 기반 킬체인(Kill-Chain)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대칭 전력의 핵심, 확산되는 위협

자폭 드론 기술의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낮은 기술적 진입장벽으로 인한 무기 확산(Proliferation) 속도이다. 국가 단위뿐만 아니라 비국가 행위자, 테러 조직까지도 상용 드론을 개조하여 치명적인 공격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을 공격한 사례는 값싼 드론이 한 국가의 핵심 기간 시설을 마비시키고 국제 유가를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과 같은 국가들은 자폭 드론을 대리 세력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중동 지역의 세력 균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는 지정학적 도구로 활용한다. 이는 국지적 분쟁이 언제든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리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잠재적 뇌관으로 작용한다.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치는 파급 효과
자폭 드론의 위협은 한반도에도 직접적인 현실이다.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더해, 예측 불가능한 항로로 침투하는 소형 무인기 공격은 우리 군의 방어 역량을 시험대에 올렸다.
수도권에 밀집된 국가 핵심 시설과 인구 밀집도를 고려할 때, 단 한 대의 드론 침투 성공이 가져올 물리적·심리적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북한의 ‘벌떼’ 전술과 한국형 방공망의 딜레마
북한은 이미 수백, 수천 대의 무인기를 동원한 ‘벌떼(Swarm)’ 공격 교리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저성능 드론 다수를 동시에 투입해 우리 군의 레이더 탐지 자산과 요격 시스템을 포화시키는 전술이다. 이는 대한민국 국방부가 구축 중인 다층 방공망의 허점을 파고든다. 패트리엇(PAC-3)이나 천궁-II 같은 고가의 요격 미사일은 비용 문제로 인해 저가 드론 떼에 모두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하마스의 값싼 로켓포에 재정적 부담을 느끼는 것과 동일한 딜레마에 봉착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레이저,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HPM)와 같은 신개념 방어체계(DEW)와 효율적인 드론 탐지·식별 시스템의 조속한 전력화가 요구된다.
미래 전력 균형과 전략적 함의
자폭 드론의 등장은 공중 우위의 개념을 재편하고, 지상군의 작전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과거 제공권을 장악한 소수의 첨단 전투기가 전장을 지배했다면, 미래에는 수많은 자율 드론 네트워크가 정보 우위와 타격 능력을 결정할 것이다.
결국, 자폭 드론과 이에 대응하는 대드론 방어체계(Counter-UAS)의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국가가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국제적 군비 경쟁은 이제 스텔스 전투기나 항공모함 같은 거대 플랫폼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소형 무인체계 영역에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자폭 드론이 기존 순항 미사일과 다른 핵심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는 ‘배회(Loitering)’ 능력과 비용이다. 순항 미사일은 발사 즉시 목표를 향해 날아가지만, 자폭 드론은 목표 상공에서 대기하며 가장 적절한 타격 시점과 지점을 스스로 또는 통제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ISR 자산과 타격 자산의 융합을 의미한다.
대규모 드론 공격(Swarm Attack)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있는가?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로서는 C-RAM(근접방어무기체계), 대공포, 요격미사일 등 물리적 타격수단과 재머(Jammer), 레이저, HPM 등 비물리적 수단을 결합한 다층적 방어(Layered Defense)가 최선책으로 꼽힌다. 핵심은 비용 효율적인 대응이다.
AI 기술이 자폭 드론의 위협을 어떻게 증대시키는가?
AI는 인간의 개입 없이 목표물을 식별하고, 최적의 공격 경로를 설정하며, 여러 드론이 협력하는 군집 비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방어 측의 대응 시간을 급격히 단축시키며, 전자전(EW) 환경에서도 드론의 생존성과 임무 성공률을 극대화시킨다.
대한민국 군의 자폭 드론 개발 및 운용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 군 역시 국산 자폭 드론을 개발하여 운용 중이며, 수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북한의 양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량 생산 체계 구축과, 이를 육해공군 합동 작전 교리에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국제법적으로 자폭 드론 사용에 대한 규제 논의는 없는가?
치명적 자율무기시스템(LAWS)에 대한 규제 논의가 유엔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각국의 안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여 구속력 있는 국제 조약 마련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전쟁법상 ‘구별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