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군비 지출이 냉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재래식 전력 증강의 이면에선 ‘보이지 않는 위협’이 급부상한다.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들의 생화학 무기 개발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기존의 방호태세로는 작전지속성 보장이 불가능하다는 적색경보가 켜졌다. 이는 방호의 패러다임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 및 신속 무력화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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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공포’
현대전의 양상은 더 이상 가시적인 화력 교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화생방(CBRN) 위협, 특히 생화학 무기(CBW)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전략적 혼란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전선과 후방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 위협은 한 국가의 군사적 대응 능력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
국가적 CBRN 방호태세의 현주소
전통적인 군사력은 명확한 위협 주체와 교전 교리를 상정하고 구축된다. 그러나 생화학 테러나 국지적 사용은 탐지 자체가 어렵고, 오염 발생 시 골든타임 내 초동 대응이 전황을 좌우한다. 대한민국 국방백서에 명시된 화생방방호사령부의 임무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지만, 급격히 발전하는 신종 작용제와 다변화된 위협 시나리오에 완벽히 대응하기엔 자산이 제한적이다. 현재의 탐지-식별-제독-치료로 이어지는 대응 사이클은 대규모 동시 다발적 오염 상황에서 심각한 지연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이는 군사시설뿐 아니라 국가 핵심 기반시설의 방호 공백으로 직결되는 치명적 약점이다.
신종 생물학작용제와 신경작용제의 위협

유전자 편집 기술과 합성생물학의 발전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 무기 등장을 예고한다. VX, 사린 등 전통적 신경작용제를 넘어 ‘노비촉’ 계열과 같은 4세대 화학작용제는 기존 해독제인 아트로핀이나 옥심의 효과를 무력화하도록 설계되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분석에 따르면 강대국들은 AI와 로봇 등 첨단 재래식 무기 개발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지만, 정작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생화학 방어 R&D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위협의 진화 속도를 방어 기술 개발이 따라가지 못하는 ‘방호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곧 전장의 생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방호에서 대응으로: 제독·해독 기술의 최전선
생화학 공격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단순히 병력의 생명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오염된 환경 속에서도 전투력을 유지하고 작전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능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러한 작전지속성 확보의 핵심은 제독 및 해독 기술의 혁신에 달려 있다. 민간의 첨단 바이오 기술이 국방 분야로 빠르게 수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세대 제독 장비와 전술적 운용
기존의 제독 시스템은 대량의 물과 제독제를 사용하는 습식 제독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는 장비 부식, 막대한 군수 지원 소요, 동계 작전 제한 등 뚜렷한 한계를 노출한다. 반면 플라즈마, 증기화과산화수소(VHP), 효소 기반 제독 기술은 물 없이 소량의 약제로 넓은 지역과 민감한 전자장비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전술적 운용 측면에서 이는 피격 부대의 전투력 복원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적의 후속 공격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하게 한다. 전방에 배치된 부대가 오염 후 수 시간 내 임무에 재투입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전선 유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이다.
바이오 기업, 국방의 새로운 파트너 되다
신종 및 변종 생물학 작용제에 대응하기 위한 해독제와 백신 개발은 더 이상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같은 국가 주도 기관만의 영역이 아니다. mRNA, 플랫폼 기술 등을 보유한 민간 바이오 기업들이 국방 R&D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추진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는 이러한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특정 병원체에만 반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종류의 위협에 동시 대응하는 ‘광범위 대응 의료조치(Broad-spectrum MCM)’ 개발에 집중한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생물학 위협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적 대비책으로 평가된다.
지정학적 변수와 세력 균형의 재편
한 국가의 CBRN 방호 능력은 이제 단순한 군사적 방어력을 넘어, 동맹 내에서의 위상과 적대국에 대한 억제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생화학 위협에 취약한 국가는 동맹의 군사력 전개를 저해하는 ‘전략적 부담’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지역 내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에 중대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주 묻는 질문
실제 생화학 공격 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대도시를 겨냥한 대규모 생화학 공격 발생 시 민간인 피해를 완벽히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신속한 경보 전파, 실내 대피, 개인보호장비 보급이 핵심이지만, 오염 확산을 통제하고 사상자를 구호하는 능력은 공격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저하된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능력은 어느 정도로 평가되는가?
미 국방부와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세계 3위권에 해당하는 2,500~5,000톤 규모의 화학작용제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탄저균, 천연두 등 생물학무기 역시 상당량 배양 및 무기화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유사시 후방 교란 및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비대칭 위협이다.
개인 방호장비(방독면, 보호의)는 현대전에서 얼마나 효과적인가?
개인 방호장비는 작용제로부터 개별 전투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하지만 완전 방호태세(MOPP 4단계)를 갖출 경우 전투 효율이 평시 대비 50% 이하로 급감하며, 장시간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방호장비는 생존 수단일 뿐, 신속한 제독을 통한 정상화가 작전 성공의 관건이다.
제독 장비나 해독제 개발에 있어 가장 큰 기술적 허들은 무엇인가?
제독 기술의 핵심은 다양한 화학작용제와 생물학작용제를 동시에, 그리고 장비 손상 없이 신속하게 무력화하는 것이다. 해독제의 경우, 특정 바이러스나 독소에만 작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유사한 계열의 다양한 위협에 모두 효과를 보이는 ‘플랫폼 기술’ 확보가 가장 큰 도전 과제이다.
바이오 기업의 국방 참여가 국가 안보에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은?
긍정적으로는 민간의 혁신 기술을 국방에 신속히 적용해 방어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반면, 핵심 방어 기술이 소수 기업에 독점되거나 해외 자본에 종속될 위험이 존재하며, 개발된 기술이 적성국이나 테러 단체에 유출될 경우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