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군비 지출이 냉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드론과 순항미사일 등 저고도·소형 비대칭 위협이 국가 방공망의 치명적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보고서에서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첨단 감시 자산 도입 경쟁으로 직결된다고 분석, 이는 곧 방공 식별 구역의 무력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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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되는 비대칭 위협, 탐지의 사각지대
현대 전장은 값싸고 대량으로 운용 가능한 비대칭 전력의 시험장이 되었다. 기존의 방공 시스템은 고고도·고속 표적 요격에 최적화되었기에,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이 극히 작은 무인기와 지형을 따라 비행하는 순항미사일 앞에선 속수무책인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킬 체인(Kill Chain)의 첫 단추인 ‘탐지’ 단계부터 심각한 공백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이 공백은 곧 국가 핵심 시설의 방어 실패로 이어지는 직접적 원인이다.
저고도 침투와 기존 방공망의 한계
대한민국의 L-SAM, M-SAM과 같은 다층 방어체계는 탄도미사일 방어에는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그러나 이들 체계의 레이더는 주로 높은 고도를 주시하도록 설계되어,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 저고도 침투 표적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데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3은 북한이 수천 기의 무인기와 다양한 순항미사일을 운용 중이라고 평가하는데, 이는 동시 다발적인 포화 공격(Saturation Attack) 교리가 현실적 위협임을 방증한다. 수십, 수백 개의 표적이 동시에 저고도로 접근할 경우, 현재의 방공 자산으로는 대응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조차 버거워진다. 결국 소수의 위협을 놓치는 순간, 전략적 피해는 불가피하게 된다.
AESA vs. PESA: 기술 격차가 초래하는 전략적 공백

조기 경보 레이더의 핵심은 안테나 기술에서 판가름 난다. 구형 PESA(수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는 단일 송신기를 사용해 빔을 형성하므로, 다중 표적 동시 추적과 전자전(ECM) 대응 능력이 제한적이다. 반면, 최신 AESA(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는 수천 개의 독립적인 송수신 모듈이 개별적으로 빔을 제어한다. 이를 통해 특정 방향으로 강력한 탐색 빔을 방사하는 동시에 다른 표적들을 추적하고, 적의 재밍 신호를 회피하는 등 복합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비대칭 위협의 핵심인 ‘드론 스웜(Drone Swarm)’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선 AESA 기술 확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조기 경보 레이더 시장의 패권 경쟁
급증하는 안보 위협은 관련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미국, 이스라엘, 유럽의 유수 방산 업체들은 자국의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량된 솔루션을 선보이며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국의 지정학적 환경과 위협 시나리오에 따라 요구되는 레이더 성능이 다르기에,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추세이다.
미국의 LTAMDS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미 육군이 추진하는 LTAMDS(저층 방공 및 미사일 방어 센서)는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AESA 레이더로, 순항미사일과 무인기 등 다각적인 위협에 동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존 패트리엇 시스템의 탐지 영역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이다. 한편,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아이언 돔은 실전에서 그 성능이 입증된 C-RAM(대-로켓, 포, 박격포) 체계의 대명사다. 핵심인 EL/M-2084 MMR 레이더는 로켓탄의 발사 지점을 역추적하고 예상 탄착 지점을 수초 내에 계산해 최소한의 요격미사일로 최대 효율을 달성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자랑한다.
한국형 조기 경보 체계의 현주소와 과제
국내에서도 한화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국지방공레이더, 다기능레이더(MFR) 등 자체적인 개발 노력이 활발하다. 이는 대한민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핵심 구성요소다. 하지만 핵심 부품인 질화갈륨(GaN) 반도체 소자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개발된 레이더를 기존의 중앙방공통제소(MCRC) 및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와 완벽하게 통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독자적인 방공 감시망을 완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다.
세력 균형의 새로운 변수, ‘초연결 감시망’
미래 전장에서 조기 경보 레이더의 역할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위성, 조기경보통제기, 이지스함 등 육·해·공의 모든 감시 자산과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센서 융합(Sensor Fusion)’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이러한 초연결 감시망의 완성 여부가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보 우위를 선점하는 쪽이 전장의 주도권을 쥐게 되며, 이는 물리적 타격 능력 이상으로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가진다.
자주 묻는 질문
GaN(질화갈륨) 소자 기반 레이더가 기존 GaAs(갈륨비소) 레이더보다 월등한 이유는 무엇인가?
GaN 반도체는 GaAs에 비해 더 높은 전압과 온도에서 작동할 수 있어, 동일 크기에서 훨씬 강력한 전파 출력을 낼 수 있다. 이는 곧 레이더의 탐지 거리와 정확도 향상으로 직결되며, 소형화에도 유리해 다양한 플랫폼에 탑재하기 용이하다.
북한의 저고도 무인기 침투 시, 우리 군의 현재 탐지-요격 절차(Kill Chain)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가장 취약한 부분은 ‘탐지 후 식별’ 단계이다. GOP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나 국지방공레이더에 포착되더라도, 그것이 적성 무인기인지, 민간 드론인지, 혹은 새 떼인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 이 식별 지연이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핵심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 아이언 돔의 C-RAM 레이더를 수도권 방어에 즉시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가?
기술적 도입은 가능하나, 전술적 효과는 미지수이다. 아이언 돔은 허허벌판에서 날아오는 로켓탄 요격에 최적화된 반면, 고층 빌딩이 밀집한 수도권은 레이더 난반사 문제와 요격미사일 파편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크다. 따라서 한국의 지형과 작전 환경에 맞는 별도의 최적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텔스기를 탐지하기 위한 장파장 레이더와 비대칭 전력 감시용 단파장 레이더의 운용 개념 차이는?
장파장(VHF/UHF) 레이더는 전파의 회절 특성을 이용해 스텔스기의 존재 자체를 어렴풋이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단파장(X-band/Ku-band) 레이더는 높은 해상도로 드론 같은 소형 표적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특정해 직접 요격 유도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조기 경보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가 실전에서 갖는 전략적 의미는 무엇인가?
최대 탐지거리는 곧 ‘대응 시간’을 의미한다. 적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더 먼 거리에서 탐지할수록, 아군 지휘부가 위협을 평가하고 요격 자산을 준비하며 최적의 교전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전략적 여유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방어 성공률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