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레이더와 미사일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질화갈륨(GaN) 반도체 공급망이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갈륨 생산 독점(전 세계 생산량의 98%)과 수출 통제는 미국과 동맹국의 방공망에 직접적 위협이며, 이는 곧 동아시아 전역의 군사적 균형을 뒤흔드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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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 반도체, 현대 전장의 ‘게임 체인저’
질화갈륨(GaN) 반도체는 더 이상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이는 현대 전장의 전자기 스펙트럼 지배권을 결정하는 전략 자산이다.
기존 실리콘(Si)이나 갈륨비소(GaAs) 반도체 대비 월등히 높은 전력 밀도와 효율, 고주파수에서의 탁월한 성능은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전자전(EW)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AESA 레이더의 눈, GaN T/R 모듈의 전략적 가치
AESA 레이더의 핵심은 수천 개의 송수신(T/R) 모듈이 개별적으로 전파를 제어하여 빔을 형성하는 데 있다. GaN 기반 T/R 모듈은 기존 GaAs 모듈보다 훨씬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어, 레이더의 탐지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는 능력을 극대화한다. 이는 스텔스기와 순항미사일처럼 저피탐 표적에 대한 대응 시간을 벌어주는 결정적 요소이다. KF-21 보라매 전투기와 천궁-II(M-SAM),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등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성패는 고성능 GaN T/R 모듈의 안정적 수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3’ 보고서는 전 세계 주요 공군 강국들이 AESA 레이더 탑재 전투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명시하며, GaN 기술 격차가 곧 공중 우세의 격차로 직결됨을 보여준다.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출력과 효율의 싸움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 방공망으로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더 빠르고 강력한 탐지·추적 시스템과 고출력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이다. GaN 반도체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플라즈마 장막을 뚫고 표적을 식별할 수 있는 강력한 레이더파를 생성하고, 적 미사일의 유도장치를 무력화하는 전자전 재머(Jammer)의 출력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이는 물리적 파괴(Hard Kill)에 앞서 전자적 무력화(Soft Kill)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이다. GaN 기술의 확보 여부는 미래 극초음속 무기 경쟁에서 방어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척도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병목과 기술 패권 경쟁
GaN 반도체의 압도적인 군사적 가치는 곧바로 공급망의 취약성이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특정 국가에 편중된 핵심 원자재와 제조 기술은 언제든 무기화될 수 있는 비대칭 위협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GaN 반도체는 단순한 시장 논리를 넘어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 놓이게 되었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와 서방의 기술 봉쇄
2023년 중국 상무부가 단행한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는 전 세계 반도체 및 방위 산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는 단순히 원자재 공급을 넘어, GaN 웨이퍼 생산부터 반도체 제조(Fab)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무기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이에 맞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하고 동맹국과 함께 GaN 공급망 재편에 착수했지만, 단기간에 중국의 생산량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공급망 불안은 방산물자 생산 지연과 비용 급증으로 직결되며, SIPRI가 집계한 세계 군비 지출 급증의 이면에 숨은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세력 균형의 재편과 동아시아의 신(新) 군비 경쟁
GaN 반도체 기술 확보를 둘러싼 경쟁은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잠재력을 내포한다. 누가 먼저 더 우수한 GaN 기반 레이더와 전자전 시스템을 실전 배치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제공권과 방공망 우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가는 적의 미사일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전략적 실명’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L-SAM, KF-21 등 핵심 전력화를 앞둔 대한민국 국방부에게 GaN 소자 기술의 완전한 내재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이 경쟁의 결과는 향후 수십 년간 동북아의 군사적 지형도를 결정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GaN 반도체가 기존 실리콘(Si) 반도체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우월한가?
GaN은 실리콘보다 3배 이상 높은 밴드갭(Bandgap)과 10배 높은 항복전압(Breakdown Voltage) 특성을 가진다. 이는 동일 크기에서 더 높은 전압과 전류를 견딜 수 있음을 의미하며, 고출력·고효율·소형화가 필수적인 군용 레이더 및 통신 장비에 최적화된 특성이다.
중국이 갈륨 수출을 통제하면 한국 방산업체는 즉각적인 타격을 입는가?
단기적으로는 비축 물량과 대체 공급선(미국, 일본, 독일 등)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며, 특히 가격 경쟁력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GaN 기술이 미사일 자체의 파괴력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직접적인 파괴력(탄두 위력)보다는 명중률과 생존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GaN 기반 시커(Seeker)는 더 멀리서 더 작은 표적을 정확하게 탐지하고, 강력한 적의 재밍(전파방해)을 뚫고 표적을 추적하는 능력이 뛰어나 미사일의 유효성을 극대화한다.
북한도 GaN 기반 레이더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가?
GaN 반도체는 고도의 청정시설과 정밀 공정 기술이 필요한 첨단 기술이다.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기술적 한계로 인해 북한이 단기간 내에 의미 있는 수준의 GaN 기반 무기체계를 독자 개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평가된다.
미국이 동맹국에 GaN 반도체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GaN 반도체 기술은 AESA 레이더, 차세대 통신, 전자전 등 군사적 우위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Key Technology)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술 유출 방지와 자국의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에 의거, 최첨단 GaN 기술의 해외 이전을 엄격하게 통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