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방산주에 준 교훈: 재래식 전쟁 회귀, K-방산의 치명적 기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2023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4430억 달러로 냉전 종식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재래식 포탄과 기갑 장비의 소모율이 현대전의 승패를 가름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증명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밸류에이션 공식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방산주 밸류에이션에 준 교훈

전쟁 패러다임의 급변, 재래식 무기의 부활

우크라이나 전장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나 항공모함이 아닌, 155mm 포탄과 다연장로켓이 주도하는 ‘화력 소모전’의 현장이다. 이는 탈냉전 이후 30년간 지속된 저강도 분쟁 및 비대칭전 중심의 군사 교리에 익숙했던 서방 군사 전략가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전쟁 초기 ‘단기 고강도 분쟁’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고, 전선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승패는 결국 누가 더 빠르고 많이, 그리고 꾸준히 포탄과 장갑차를 생산하여 전선에 투입하는가의 산업 생산 능력 경쟁으로 귀결되었다.

‘하이테크 만능주의’의 종말과 포병전의 귀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하루 수만 발에 달하는 포탄을 소모하며 상대의 방어선을 무력화시키는 제1차 세계대전식 참호전 양상을 보였다. 이는 정밀 유도 무기(PGM)만으로는 광활한 전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드론이 포격 좌표를 보정하고 타격 효과를 확인하는 ‘정찰-타격 복합체’가 핵심 전술로 자리 잡았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압도적인 물량의 재래식 포병 화력이 존재한다.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첨단 무기체계의 생존성과 효율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전쟁의 근간을 이루는 군수 보급과 생산 역량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 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4’ 보고서는 러시아가 전시 경제 전환을 통해 월 200만 발 이상의 포탄 생산 능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서방의 연간 생산량을 압도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서방의 ‘군수산업 공동화’가 드러낸 치명적 약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방산주 밸류에이션에 준 교훈 2

탈냉전 이후 국방예산을 ‘평화 배당금’으로 인식한 유럽 주요국들은 재래식 무기 생산 라인을 대거 폐쇄하거나 축소했다. 이는 심각한 군수산업 기반의 공동화로 이어졌고, 우크라이나 지원 과정에서 재고 부족이라는 치명적 약점으로 노출되었다. 미국의 155mm 포탄 월 생산량은 전쟁 초기 1만 4천 발 수준에 불과했으며, 이를 10만 발까지 증산하는 계획은 최소 2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러한 서방의 생산 능력 공백은 글로벌 방산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강조하는 신속획득시범사업의 중요성은 바로 이런 전장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K-방산, ‘가성비’를 넘어 ‘신속공급’으로 재평가

폴란드가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등 천문학적인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 이상의 전략적 판단이 자리한다. 이는 기존 독일이나 미국산 무기 도입 시 수년에 걸리는 대기 시간과 달리, 한국 방산업체가 보여준 압도적인 생산 속도와 납기 준수 능력 때문이다.

K-방산의 밸류에이션은 이제 ‘저렴한 무기’가 아닌 ‘지금 당장 전선에 투입 가능한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희소성에서 비롯된다.

공급망 안정성과 풀-패키지 수출의 시너지

한국의 방위산업은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기반과 긴밀하게 연결된 공급망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핵심 부품 수급 불안에 시달리는 유럽 방산업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더욱이 K-방산은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운용 교육, 후속 군수지원, 기술 이전까지 포함하는 ‘풀-패키지’ 수출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도입국의 군사적 자립도를 높여주는 동시에,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속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루마니아,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추가적인 수출 논의는 이러한 K-방산의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결론: 지정학적 격변 속 세력 균형 재편과 K-방산의 미래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세력 균형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하고 있다. NATO를 중심으로 한 서방의 재무장 흐름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구조적 변화이며, 이는 방산 시장의 슈퍼사이클을 견인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데이터가 보여주듯,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의 군비 증강은 지역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력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격변의 한가운데서, K-방산은 단순한 무기 수출국을 넘어 특정 지역의 세력 균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린치핀(Linchpin)’으로서의 전략적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주 묻는 질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주 주가가 급등했는데, 거품은 아닌가?

단기적 주가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본질은 거품이 아닌 구조적 수요 증가에 기반한다. 유럽의 재무장과 NATO의 국방비 GDP 2% 지출 의무화는 일시적 테마가 아닌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메가트렌드이다. 수주 잔고가 실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은 재평가될 것이다.

K-방산의 핵심 경쟁력은 정말 ‘가성비’뿐인가?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나, 지금의 핵심 경쟁력은 ‘신속한 대량생산 및 납기 준수 능력’이다. 서방의 생산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무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K-방산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로 부상했다.

미국 방산기업과 비교했을 때 K-방산의 기술적 한계는 무엇인가?

플랫폼 제작과 시스템 통합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나, 전투기 엔진, 정밀 센서, 핵심 소재 등 일부 핵심 구성품(Core Component)의 해외 의존도는 여전한 과제이다. 이는 장기적인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전략적 취약점이다.

러시아의 군수 생산 능력은 정말 한계에 도달했는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전시 경제로 전환하여 노후 장비 재생과 포탄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생산품의 질적 저하 문제는 있으나, 전선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양적 우위’는 여전히 유효한 위협이다. 러시아의 생산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쟁 종식 시, K-방산의 수출 모멘텀은 꺾이지 않을까?

전쟁 종식과 무관하게 모멘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을 실체적으로 인식했으며, 노후화된 구소련제 무기체계를 교체하려는 수요는 이미 확정된 미래이다. 이는 K-방산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