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의 군비 지출이 냉전 수준을 넘어서며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세계 군비 지출은 2조 4430억 달러에 달하며, 미중 갈등이 주요 동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핵심 자산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해야 하는 안보적 변곡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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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안개: 회색지대 충돌과 경제의 무기화
미중 패권 경쟁은 전통적 군사 충돌을 넘어선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으로 전개된다. 경제, 기술, 정보 영역이 새로운 전장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자산의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든다.
반도체 공급망: 새로운 초크포인트(Choke Point) 분석
대만 해협의 긴장은 단순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90% 이상을 마비시킬 수 있는 경제적 핵폭탄과 같다. 중국의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은 미 항모전단의 접근을 차단하고 대만을 고립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에 맞서 미국은 동맹국과 연계한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 개념으로 대응하며, 경제 제재와 첨단 기술 통제를 군사적 압박과 병행한다. 미국은 ‘반도체 과학법(CHIPS Act)’을 통해 자국 내 생산시설에 527억 달러를 투입하며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는데, 이는 중국의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직접적 견제이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재무제표만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해당 기업이 속한 공급망의 지정학적 위치와 양국의 기술 통제 정책에 대한 민감도를 핵심 변수로 고려해야만 하는 국면이다. 반도체 섹터에 대한 투자는 이제 기술적 분석이 아닌, 미 해군 제7함대의 작전 반경과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의 미사일 사거리 분석에 더 가까워졌다.
화력 투사와 자원 통제: 에너지·광물 패권의 지정학

첨단 무기 체계 운용과 군수 산업 유지는 막대한 에너지와 핵심 광물을 필요로 한다.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자원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갈등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극대화하며 관련 자산의 위험도를 높인다.
희토류 무기화와 대체 공급망의 부상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를 장악, 이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내비친다. F-35 스텔스 전투기 한 대에 약 417kg의 희토류가 소요되는 현실은 이것이 미국 국방부의 치명적 약점임을 시사한다. 중국의 ‘희토류 카드’는 직접적인 군사 행동 없이 상대의 군수 생산 능력을 저해하는 비대칭 전력의 대표적 사례이다. 미국은 이에 맞서 호주, 캐나다 등 우방국과 연대해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관련 광물 기업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밀리터리 밸런스 2024’ 보고서는 양국의 군사력 격차뿐 아니라, 군수 지원 및 산업 기반의 취약성 역시 중요한 변수로 분석한다. 에너지 및 광물 자산 포트폴리오는 이제 생산국의 지정학적 스탠스와 주요 수송로의 안전 확보 여부에 따라 가치가 극명하게 갈린다. 희토류 관련주에 투자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정책 결정에 베팅하는 것과 같으며, 전통적 가치 평가 모델이 무력화되는 영역이다.
새로운 세력 균형과 자산 배분의 미래
미중 패권 경쟁의 장기화는 글로벌 세력 균형을 다극 체제로 재편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나 통화에 집중된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증대시키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새로운 자산 배분 모델을 요구한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 인도, 베트남, 폴란드와 같은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의 전략적 가치가 부상한다. 이들 국가는 미중 사이에서 독자적 노선을 걸으며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잠재력을 지닌다. 향후 글로벌 자산 시장은 이들 국가의 외교적, 군사적 선택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주 묻는 질문
대만 침공 시, 가장 먼저 붕괴될 자산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대만 TSMC와 연관된 반도체 섹터, 그리고 대만 달러화가 직격탄을 맞는다.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해상 물류에 의존하는 모든 글로벌 기업의 가치가 재산정될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공급망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트리거가 된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금(Gold)은 여전히 안전자산인가?
금은 전통적 안전자산이지만,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중국과 러시아 등 반미 진영의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은, 금이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지정학적 헤지(Hedge) 수단으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달러화 급락 시 유동성 확보를 위한 투매 가능성도 상존한다.
방위산업체 주식 투자는 유효한 전략인가?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 방산주 가치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대전은 특정 무기 체계의 성능만으로 결판나지 않는다. 드론, 사이버전, AI 등 게임 체인저 기술을 보유한 신흥 기술 기업에 대한 분석이 전통적인 방산업체 분석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위안화는 중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기축통화의 핵심 요건인 자유로운 태환성과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군사적 긴장 고조는 오히려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쏠림 현상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자산 시장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한국은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위치하여 리스크가 상존하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이다. 다만, 한국의 반도체 및 방산 기술력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것이 역설적으로 안보와 자산 가치를 방어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작용한다.